“AI가 소프트웨어 혁명이라면 ‘양자우월성’은 하드웨어 혁명”
이 대결이 있기 전까지 AI가 인간을 이기는 것은 아직 무리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알파고는 4대 1로 이세돌 9단에게 압승을 거두면서 AI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렸다.
구글은 23일(현지시간) 알파고의 AI에 이어 새로운 혁신 충격을 세계에 안겼다. 사상 처음으로 양자컴퓨터가 슈퍼컴퓨터 성능을 능가하는 ‘양자우월성(Quantum Supremacy)’ 입증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구글의 발표는 컴퓨터 과학의 새로운 이정표로, AI를 능가하는 혁신이며 미래 상상도 할 수 없는 충격을 우리에게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닛케이는 구글의 성과에 대해 AI가 소프트웨어 혁명이라면 양자우월성은 하드웨어 혁명이라고 정리했다.
음성이나 텍스트, 이미지, 더 나아가 유전자에 이르기까지 어떤 정보라도 0과 1로 수치화해 컴퓨터로 계산 처리하는 것이 바로 지금의 디지털 사회다.
과거 슈퍼컴퓨터 성능을 현재의 스마트폰으로 실현할 수 있게 된 것처럼 불과 반세기 만에 컴퓨터는 눈부신 진화를 달성했다. 반도체 성능이 1년 반 만에 두 배 높아진다는 ‘무어의 법칙’ 덕분이다. 그러나 그 기본원리는 ‘컴퓨터의 아버지’로 추앙 받는 앨런 튜링의 창안 이후 달라지지 않았다.
양자컴퓨터는 천재 과학자인 앨버트 아인슈타인조차도 괴롭혔던 이상한 물리적 힘인 ‘양자역학’을 이용한다. 양자역학은 원자와 전자 등 미시세계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를 활용한 양자기술은 빛의 입자에 올린 정보를 순식간에 지구 반대편으로 전송하거나 도·감청이 불가능한 통신을 가능케 한다. 컴퓨터에 응용하면 과거의 0이나 1이 아니라 동시에 0과 1의 상태를 나타낼 수 있는 큐비트를 통해 기존 컴퓨터보다 어마어마한 속도로 연산을 수행할 수 있다. 구글은 53개 큐비트로 구현한 자사의 양자컴퓨터 ‘시커모어(Sycamore·플라타너스라는 뜻)’는 슈퍼컴퓨터로는 1만 년이 걸리는 연산을 불과 3분여 만에 처리했다고 강조했다.
3년 반 전 딥러닝을 사용한 알파고가 최강의 프로 바둑기사인 이세돌 9단을 누르고 나서 AI는 빠르게 진화하고 보급이 확산돼 산업과 금융은 물론 교육과 일자리, 정치에 이르기까지 사회 전반을 변화시키고 있다.
사회에 넘치는 빅데이터를 AI가 다 활용해 미래를 예측하기에는 지금 컴퓨터의 연산능력이 딸린다. 데이터센터의 거대화와 그에 따른 에너지 소비량 급증은 바로 그 부작용이다.
기존 컴퓨터를 구닥다리로 간주할 만큼의 연산력을 가진 양자컴퓨터가 상용화하면 AI와의 연계에 의해 매우 위력적인 창조적 파괴가 일어날 것이라고 닛케이는 내다봤다.
물론 바로 실용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구글의 양자우월성은 아직 유용성이 없는 태스크를 소화할 뿐이다. 컴퓨터계의 맹주이자 양자컴퓨터 분야에서도 구글과 겨루는 IBM은 이번 발표가 지나치게 과장됐다고 비판했다.
큐비트 상태가 순식간에 깨져 그만큼 에러가 발생하기도 쉽다. 이렇게 양자컴퓨터 실현에는 넘어야 할 기술적 과제가 많다. 닛케이는 최소 20~30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또 양자컴퓨터가 연산할 수 있는 대상도 한계가 있어 모든 용도에서 슈퍼컴퓨터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PC나 스마트폰이 양자컴퓨터로 대체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신기한 양자 세계를 제어해 양자컴퓨터 실용화 가능성을 열었다는 기술적 의의는 매우 크다고 닛케이는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