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월 국내 에너지 소비, 1억7767만TOE로 전년 동월 대비 0.9%↓
한국경제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경제성장률(GDP) 2%대 사수'에 실패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이 같은 불황으로 국내 에너지 소비가 10년 만에 첫 감소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산업·상업용 에너지 수요가 눈에 띄게 줄면서 경기침체가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10일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에너지통계 월보'에 따르면 올해 1~7월 최종 에너지 소비량은 1억3766만7000TOE(석유환산톤)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억3895만3000TOE를 기록한 것과 비교해 0.93% 감소한 수치다.
1%가 안 되는 감소량이지만 '마이너스'라는 점이 문제다. 하반기에도 이 추세가 이어진다면 2009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에너지 소비 감소 시대'를 맞게 된다.
최종 에너지 소비가 전년과 비교해 감소했던 적은 현재 방식으로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90년 이후 단 2차례밖에 없었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가 있었던 1998년에 8.55% 줄었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인 2009년에 0.55% 감소한 바 있다.
에너지 소비만 놓고 보면 현재 경제 상황이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과 비슷하거나 더 안 좋다는 의미다.
실제로 올해 GDP는 10년 만에 처음으로 2% 달성에 실패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통해 성장률 목표를 애초 2.6~2.7%보다 0.2%포인트(P) 낮춘 2.4~2.5%로 수정했다가 최근 다시 2.0~2.1%까지 낮췄다. 세계적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와 IMF 등 주요 국제기구와 글로벌 신용평가사들 역시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을 2% 초반대로 일제히 낮췄다. 1%대 성장률을 예상한 곳도 적지 않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3분기 GDP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4%에 그쳐 시장 예상치 0.5~0.6%를 넘지 못했다. 이에 따라 4분기 GDP 성장률이 1.0%는 나와야 연간 2.0% 성장이 가능한데, 시장에서는 ‘잠재성장률 수준 0.7%도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1960년대 이후 경제성장률이 2.0%를 넘지 못한 경우는 제2차 석유파동이 터진 1980년(-1.7%), 외환위기 직격탄을 맞은 1998년(-5.5%),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8%) 등 3차례에 불과하다.
부문별 에너지소비량을 살펴보면 우려는 더 커진다. 올해 들어 7월까지 산업용 에너지 소비는 총 8362만3000TOE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4% 줄었으며, 가정·상업용은 2.55% 감소한 2458만5000TOE로 집계됐다. 반면에 수송용(2500만2000TOE)과 공공용(445만7000TOE) 에너지 소비는 각각 0.86%와 2.46% 늘었다.
공공용 에너지 소비가 크게 늘었음에도 전체 에너지 소비가 줄었다는 것은 산업용과 상업용 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로 조선업, 자동차의 생산 감소와 반도체 업체의 감산 등으로 제조업 생산능력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올해 9월 제조업 생산능력은 전년 대비 2.2% 줄어 14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1971년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장기간 하락세이자, 최대 하락 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