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부터 발행 감소…전문가 “지수 아직 양호한 편…손실 위험 적어”
시위가 격화되면서 홍콩 증시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DLS사태’에 놀란 일부 투자자들은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이하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ELS(주가연계증권)가 손실 가능구간(녹인, Knock-in)에 진입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수 수준이 아직 양호한 만큼 극단적인 상황이 오지 않는 이상 손실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한다.
14일 오후 2시 28분(현지시간) 기준 홍콩H지수는 전일 대비 86.24포인트(0.82%) 하락한 10432.88을 기록 중이다. 7일 미ㆍ중 양국이 단계적으로 추가관세를 취소하기로 했다는 중국 발표가 나오면서 10960.81까지 올랐던 홍콩H지수가 일주일 만에 4.8% 빠졌다.
홍콩 시위가 격화되는 가운데 미ㆍ중 무역협상이 기대보다 진전 속도가 느린 점이 증시 약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홍콩은 시위 격화로 경찰이 쏜 실탄에 시위대에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홍콩 행정부는 시위대에 대한 강경 대응을 시사해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또 미국은 미ㆍ중 무역협상 진전에 뜨뜻미지근한 태도를 보이며 불확실성을 더 했다. 12일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이코노믹클럽 연설에서 무역협상에 관한 메시지가 나올 것이란 기대가 컸으나 연설은 원론적인 수준에 그쳤다.
홍콩H지수가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자 이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상품의 손실 우려가 커졌다. 최근 대규모 원금 손실로 논란이 됐던 DLS(파생결합증권)가 금리에 연동했다면 ELS는 주가지수나 특정 종목의 움직임에 연계된 상품이다. 홍콩H지수와 연동한 ELS의 경우 상품 가입 시점에서 지수가 일정한 범위 안에 있으면 예금 금리보다 높은 5% 안팎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지수가 하락할수록 녹인 구간에 가까워진다. 지수가 내릴 때마다 원금이 점점 깎이다가 40~50% 선까지 추락하면 원금 100%를 날릴 수도 있는 구조다.
실제 2015년 당시 홍콩H지수는 4개월 만에 1만1000포인트에서 1만5000선까지 올랐다가 이후 7900선으로 급락하며 대규모 손실 사태를 유발한 바 있다.
증권사들은 홍콩H지수에 연계한 ELS 발행을 줄이고 있다. 불안하게 움직이는 홍콩 증시 대신 미국이나 유럽 쪽으로 시선을 돌렸기 때문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0월 한 달간 홍콩H지수 연계형 ELS의 발행 규모는 지난해 동월보다 27.5% 감소한 2조6078억 원에 그쳤다. 8월(3조4430억 원)부터 전달 대비 크게 감소(-37.7%)하기 시작하면서 3개월 연속 줄어든 결과다.
이중호 KB증권 연구원은 “홍콩을 둘러싼 정치적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홍콩H지수에 연계한 상품 비중은 줄어들고 유로스톡스(EUROSTOXX) 50지수나 S&P500지수에 연동한 상품 비중은 증가했다”며 “실제 S&P500지수나 유로스톡스50지수가 안정적으로 우상향하는 동안 홍콩H지수는 변동폭이 컸다”고 설명했다.
10월 말 기준 홍콩H지수 연계형 ELS의 미상환잔액은 40조531억 원이다. 전문가들은 홍콩 증시가 2015년 때처럼 7500포인트 밑으로 내려가지 않는 이상 원금손실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이중호 연구원은 “홍콩H지수 수준이 아직까진 녹인 구간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손실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실제 ELS에서 녹인 손실이 발생하는 사례도 아직 없다”고 말했다.
박수현 연구원은 “H지수의 1차 지지선은 9700포인트 정도”라며 “24일 예정된 구의회 선거를 캐리 람 행정장관이 취소하게 되면 시위가 더욱 고조될 수 있고 이에 글로벌 자금의 이탈 현상이 나타날 수 있지만 알리바바가 홍콩 증시에 상장한다면 하락 압력을 완화해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