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충남대 무역학과 교수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다. 먼저 좋은 소식이다. 전문가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의 비교에서 한국의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이 매우 낮은 점을 들며 이를 높이면 잠재 국내총생산(GDP)을 늘릴 수 있다고 지적해왔다. 주요 선진국들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2018년 기준(15~64세) 70%을 상회하고 있고, OECD 평균이 약 65%인 것에 반해 한국은 60%를 하회하고 있다. 여성 경제활동이 늘면 잠재 GDP도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실업자와 취업자를 다 포함하는 참가율 대신 15~64세 취업자 수를 해당 연령대 전체 여성 인구 수로 나눈 고용률도 추세가 비슷하다. OECD 평균 61%에 비해 한국은 약 57%였는데, 올 10월 58.4%로 1년 사이에 0.9%포인트가 늘며 일견 고무적이다. 남성 취업률이 OECD 평균 76.1%에 근접해 있어 더 늘리는 것이 어려우니 여성 경제활동 제고가 우리 경제의 산출량을 늘리는 현실적 방안이기에 여성 참가율 상승은 호재이다.
나쁜 소식이다. 작년 10월에 비해 늘어난 취업자 대부분(전체 41만9000명 중 41만7000명)이 60세 이상이다. 60세 이하에서는 세대별로 소폭의 증가와 감소가 서로 상쇄하여 60세 이상 취업 증가 규모가 전체 규모와 거의 비슷해진 것이다. 이 사실은 언론이 중점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 고용시장에서 이들에 대한 수요가 크지 않아서 60세 이상 취업자 증가는 대부분 정부의 각종 공공 근로사업의 결과로 보는 것이 대세이다. 주당 36시간 미만 취업자, 특히 1~17시간 취업자가 현격히 는 것도 단시간 공공 근로사업의 역할을 방증한다.
이전 칼럼에서 지적했듯이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장년, 노년층 취업자 증가 추세가 나타난 것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런데 10월 고용통계는 이 연령층의 고용만 늘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더 실망스러운 것은 앞서 좋은 소식이라고 언급했던 여성 고용률 증가도 장년·노령층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작년 10월 대비 늘어난 취업자의 성별 구성을 보면 남녀 취업자가 각각 14만4000명과 27만5000명이다. 이들의 연령 구성을 보면 남자의 경우 50세 이상이 19만2000명, 여자의 경우 33만3000명이다. 성별 구분 없이 50세 이상 연령층 취업자 증가가 전체 취업자 증가 폭보다 큰 것은 그 이하 연령대에서는 취업자 수가 줄었음을 뜻한다. 이런 추세는 작년과도 다르다. 당시 10월 50세 이상 남성 신규 취업자가 약 13만 명으로 여성보다 많았다. 이런 현상은 지난 1년 사이 여성이 참여할 수 있는 근로사업이 늘었던 결과로 보인다.
정부가 노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사업을 늘리는 것을 선의로 해석하면 우리의 노인빈곤율이 OECD 국가 중 단연 1위이기 때문이다. 여름에 나온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높은 빈곤율에도 불구하고 노인에 대한 GDP 대비 공적 지출은 OECD 평균의 약 3분의 1인 2% 수준이다. 노인들의 소득 보전을 위한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공공 근로사업은 다음의 문제 때문에 달라져야 한다.
첫째, 취약계층 소득보전을 위한 공공사업의 규모를 명시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지금처럼 공공사업이 민간 수요와 공급이 주도하는 노동시장 결과와 혼재되어 일으키는 심각한 착시를 해소할 수 있다. 정확히 현황을 알아야 적절한 대응책을 찾을 수 있다. 둘째, 재정을 투입해 고용한 인력이 경제적으로 유의미한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정부가 지급하는 근로사업 대가는 이전소득으로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에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경제적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공공사업을 디자인하여 노령층 인력을 활용해야 한다.
아직 우리 경제 진단에서 ‘부진’을 뺄 때가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