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시장 직접 진출에서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리스크 줄여
이마트가 몽골 3호점에 이어 ‘센텐스’와 ‘노브랜드’ 등 전문점을 앞세워 해외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해외 프랜차이즈(가맹) 사업에 공들이는 이유는 국내 부진을 씻어내면서도 현지 리스크를 줄일 방법이기 때문이다. 중국 시장에서 철수한 데다 베트남 2호점 진출에 다소 차질을 빚고 있는 이마트로서는 해외 시장에 안착할 기회이기도 하다.
이마트는 22일 필리핀 유통업 2위 업체인 ‘로빈슨스 리테일(Robinsons Retail)’을 통해 프랜차이즈 형태로 ‘노브랜드 전문점’ 필리핀 1호점을 개점한다고 18일 밝혔다. 이 점포는 필리핀 수도 마닐라의 ‘오르티가스(Ortigas)’ 지역에 위치한 ‘로빈슨 갤러리아(Robinsons Galleria)’ 쇼핑몰 2층에 위치하며 약 271㎡(82평) 규모다.
노브랜드 필리핀 1호점은 총 630여 종의 상품을 우선 판매하고, 연말까지 670여 종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는 한국 노브랜드 전문점 평균 1200여 종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점포의 70%를 노브랜드 제품으로 채우고, 나머지 30%는 현지 상품을 판매할 예정이다. 황종순 이마트 해외사업팀장은 “다른 여러 국가에서 지속해서 러브콜이 있는 만큼 노브랜드의 세계화를 위해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앞서 이마트는 지난달 기초 화장품 브랜드인 ‘센텐스’를 필리핀 마닐라 복합 쇼핑몰 ‘로빈슨 플레이스몰’에 오픈했다. 필리핀 내 센텐스와 노브랜드는 모두 프랜차이즈 형식으로 ‘로빈슨스 리테일’이 실질적으로 매장을 개발하고 운영하며, 이마트는 상품 수출 대금과 로열티를 지급받는 식으로 운영된다. 양 사는 내년까지 각 25개씩의 노브랜드와 센텐스를 필리핀에 열기로 했다.
이마트의 해외 진출은 국내 시장의 경기 불황과 온라인 업계의 공세로 인한 부진을 탈피하기 위한 자구책이다. 이마트는 올 2분기 적자에 이어 3분기 역시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익이 40% 추락한 실적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상시 초저가 전략을 통해 최근 3년 내 분기 최고 매출을 거뒀지만, 수익성은 좋지 않은 이마트로서는 온라인 강화와 전문점 확대, 해외 진출 등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찜한 상태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프랜차이즈 사업을 통한 간접 진출에 힘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베트남 진출은 직접 현지에 진출한 대표 사례다. 2017년 정치적 리스크로 중국에서 완전히 철수하면서 현재 직접 진출한 해외 시장은 베트남이 유일하다. 2015년 호찌민에 고밥점으로 베트남에 첫발을 내딛은 이마트는 올 상반기에만 360억 원의 매출을 거두며 현지 시장에 안착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 추진이 마냥 매끄러운 것만은 아니다. 이마트는 이르면 올해, 늦으면 내년 현지 2호점을 열고 중장기적으로 베트남에 5~6개 점포를 낼 예정이었지만 베트남 정부의 반부패 운동 여파로 부동산 프로젝트가 멈춰서면서 아직 2호점 건물조차 올리지 못했다.
이에 반해 해외 프랜차이즈 사업은 속도가 붙었다. 2016년 7월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 몽골 1호점을 낸 이마트는 이듬해 9월 2호점, 올 9월 3호점을 오픈했다. 이들 점포는 모두 몽골 알타이그룹의 ‘스카이트레이딩’에서 점포 운영을 맡은 프랜차이즈 형식이다. 이마트는 상품을 수출하고, 로열티를 받는다. 지난해에는 ‘파와즈 알호케어(Fawaz Alhokair)’가 운영을 맡은 센텐스가 사우디아라비아에 출점했다.
직접 진출은 점포 부지 마련부터 건물을 짓고 마케팅까지 신경 써야 한다는 점에서 투자 비용이 높은 반면 간접 진출은 브랜드 사용에 대한 로열티를 받고, 상품을 공급하는 데 그쳐 리스크가 적은 편이다. 또한 간접 진출은 안정된 수출 판로를 확보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전통 유통 채널에서 벗어나 PB(자체브랜드) 제품에 공들이는 이마트로서는 홍보 효과도 노릴 수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한 방식에 집중하고 있다기보다는 각 나라에 적합한 포맷을 택해 진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