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문 그룹 내 양정철 행보 불편한 심기 나타내기도
해석의 초점은 임 전 실장을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로 보는 입장과 ‘86세대 정치인’으로 보는 입장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다. 불출마 선언의 의미가 어떻게 규정된 지 여부에 따라 내년 총선을 향한 민주당의 공천 역학구도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각자 자신에게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양대 총학생회장과 전대협 3기 의장을 지낸 임 전 실장은 민주당 내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생)’의 대표주자다. 이 부분에 초점을 둔다면 상징성이 있는 임 전 실장의 퇴장은 86그룹 정치인들에 대한 교체론으로 확산될 수 있다. 실제 민주당내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2030세대를 대표할 청년 정치인들을 대거 영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이를 위해 당 내에서 오랜 기간 기득권을 지켜온 86그룹에 대한 용퇴론이 거론되고 있다. 임 전 실장보다 앞서 불출마 선언을 했던 이철희 의원도 “86세대가 2000년쯤부터 국회에 들어오기 시작했으니 얼추 20년은 했다. 이제 물러나면 좋겠다”고 세대교체론을 거론한 바 있다.
86세대 그룹에 속하는 의원들은 임 전 실장의 불출마 선언이 자신들을 겨냥한 인적 쇄신론으로 확대되는 데 불편한 내색을 숨기지 않는다. 4선의 최재성 의원은 BBS라디오 ‘이상휘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공천룰에 현역 의원 하위 20%는 감점을 주고, 신인·여성은 가산점을 준다. 86세대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규칙“이라며 ”정당·입법 활동을 소홀히 해서 하위 20%에 들어가면 86세대도 예외가 없다“고 말했다. 3선의 우상호 의원도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자리에서 ”우리가 무슨 자리를 놓고 기득권화됐다고 말하는 것에 대해 모욕감을 느끼고 있었다. (임 전 실장도) 복합적으로 봤을 때 멀리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임 전 실장의 불출마 파장을 다른 곳에서 찾는 시각도 적지 않다. 86세대 일부 의원을 포함해 ‘비문(비문재인)’ 그룹에 속하는 의원들은 임 전 실장이 문재인 정부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냈다는 점에 무게를 두려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 중 가장 상징성이 큰 임 전 실장의 불출마가 청와대 출신 총선 출마자에게 경고 메시지라는 것이다. 현재 민주당에서는 윤건영 국정기획상활실장, 윤영찬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한병도 전 정무수석, 박수현 전 대변인, 권혁기 전 춘추관장, 김우영·김영배·민형배·복기왕 전 비서관 등 내년 4·15 총선 출마를 위해 뛰고 있는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70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문 그룹에 속하는 한 민주당 의원은 ”청와대에서 나와 선거에 나오려는 분들 상당수는 오랜기간 당에서 기반을 마련해 둔 지역“이라며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앞세워 갑자기 지역에 말뚝을 박으려 하니 여기저기 잡음이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정치권의 기류를 잘 읽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총선 후보를 정하는 경선 여론조사에서 ‘청와대 경력’을 사용하지 못 하게 하는 등의 조치가 있었지만 어떻게든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경선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아울러 비문 그룹에 속하는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을 향한 볼멘소리도 커지고 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처음 양 원장이 민주연구원장으로 올 때부터 웬만한 중진은 교체 리스트에 올라갈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며 ”최근 민주연구원의 행보에 대해서도 불편한 목소리가 들린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최근 ‘모병제’와 ‘청년신도시’, ‘청년주거 국가책임제’ 등 청년층을 공략하기 위한 정책이 양 원장이 수장으로 있는 민주연구원에서 흘러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이 의원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