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올해 3분기 경제성장률이 26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중국 경제 성장 둔화가 표면화하면서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에서 미국이 유리한 패를 쥐고 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중국 경제의 속살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아 보인다.
19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중국 소비자들은 미국이 부과한 관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낌없이 지출을 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중국 기업들은 매출 신기록을 다시 썼다. 최근 중국 최대 쇼핑 이벤트인 광군제를 통해 중국 최대 온라인 상거래업체 알리바바와 경쟁업체 JD닷컴은 모두 사상 최고치 매출을 달성했다. 알리바바의 경우 지난 11일 하루에만 총 2684억 위안(약 44조 6241억 원)을 판매하는 기록을 세웠다. 올해 판매액은 지난해 광군제 당시 2135억 위안보다 25.7%나 증가했다.
중국에서 스타벅스의 아성을 넘보는 커피 체인업체 루이싱커피 역시 껑충 치솟은 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루이싱커피가 내놓은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 매출은 15억4160만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0.2% 증가했다.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는 중국 증시에도 미풍에 그치고 있다. 알리바바 주식은 올해 들어 35% 뛰었다. 미국 라이벌 아마존 주식이 16% 오른데 비해 두 배 이상 오른 것이다. JD닷컴과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핀둬둬 주식도 각각 60%, 85% 치솟았다.
애런 클락 GW&K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중국 소비자들이 경제를 떠받치고 있다”면서 “관련 통계 수치는 깜짝 놀랄 정도”라고 평가했다.
CNN은 중국 소비자들의 ‘사재기’는 양호한 중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평가했다. 또 미국과의 무역 갈등이 고조되고 관세가 증가하면서 중국 제조업은 확실히 타격을 받았지만 중산층의 소비욕을 잠재우지는 못했다고 분석했다.
브렌단 아헤른 크레인셰어즈 수석투자책임자(CIO)는 “소매업체들의 놀라운 실적은 미디어들이 떠들고 있는 것처럼 중국 경제가 벼랑 끝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증명한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 기업인 애플과 나이키도 중국에서 여전히 잘 나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두 국가간 열띤 공방에도 미국 제품에 대한 중국 소비자들의 선호는 사라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중국의 소비 열풍이 미중 무역협상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소비가 견고한 만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여유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대한 중국에 유리한 결과를 끌어내기 위해 버틸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클락 매니저는 “중국은 더 이상 단순한 제조업 허브가 아니다”라면서 “강력한 소비력을 가진 집단”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