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철도노동조합이 20일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간다. 철도노조는 철도공사(코레일)와의 19일 막판 집중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KTX를 비롯한 광역전철, 새마을호·무궁화호 등 여객열차와 화물열차 운행이 30∼70% 감축되면서 여객·화물 운송에 큰 차질과 혼란이 불가피하다. 국토교통부는 비상수송대책을 가동했다. 코레일 직원과 군 인력 등 대체인력을 동원해 KTX 운행률을 평소의 69%, 광역전철은 82%로 유지하고, 버스 등 대체교통도 늘리기로 했다.
철도노조는 이미 15일부터 준법투쟁으로 열차운행을 지연시켜 승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지난달에도 나흘간 파업을 벌였다. 노조는 2016년에 74일이나 이어진 총파업으로 극심한 교통 혼잡과 물류 피해를 가져온 적이 있다.
노조가 내건 조건은 ‘4조 2교대’ 근무를 위한 인력 4600명 충원, 임금 4% 인상, KTX와 수서고속철도(SRT)의 통합 등이다. 하지만 어느 것도 명분이 없고 무리한 요구다. 코레일의 경영상태는 엉망이다. 부채가 2018년 말 15조5532억 원이고, 적자규모도 2016년 2265억 원에서 2017년 8555억 원으로 커졌다. 작년 2893억 원의 순이익을 거뒀다고 공시했으나, 실제로는 1050억 원 적자였던 것으로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분식회계 의혹이 짙다. 그렇게 성과를 부풀려 임직원들에게 3000억 원 이상의 성과급·상여금을 지급하는 잔치를 벌였다. 이런 모럴 해저드가 따로 없다.
코레일 임직원 수는 2017년 2만8700여 명에서 현재 3만2200여 명으로 늘었다. 2년 동안 3500명 가까이 증가했다. 그런데도 노조가 여객운송과 물류에 심각한 타격을 줄 총파업을 무기로 인력 수천 명을 더 늘리고, 임금을 올려달라고 한다. KTX와 SRT의 통합 요구도 납득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노조는 철도 공공성 강화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SRT 출범으로 철도 경쟁체제가 도입된 뒤 요금 할인과 객실서비스 개선 등으로 이용자들의 편익이 크게 좋아졌다는 반응이 많다. KTX의 수익성이 악화하자 SRT와 통합해야 한다는 노조의 집단이기주의다.
정권의 낙하산으로 작년 2월 코레일 사장에 임명됐다가 잇따른 열차사고로 물러난 오영식 전 사장의 지나친 노조 편향 행태가 이런 상황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많다. 그는 만년 적자인 경영상황을 무시하고, 막대한 추가인력이 소요되는 4조 2교대 근무제로의 개편을 노조에 약속했다. 이번 총파업의 빌미다.
노조의 억지가 더 이상 용납되어선 안 된다. 방만한 경영구조 개선은 외면하고, 하루 300만 명이 넘는 철도 이용승객과 물류를 볼모로 한 파업은 국민들로부터 전혀 공감을 얻을 수 없다. 총파업은 즉각 철회돼야 한다. 정부는 대표적 부실 공기업의 무리한 파업에 엄정하고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노조에 끌려가면 결국 국민부담만 키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