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줌인] 김성진 메드팩토 대표 "'백토서팁'은 글로벌 제약사가 원하는 혁신신약…시장 가치 6조"

입력 2019-11-2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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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진 메드팩토 대표는 20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메드팩토 본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백토서팁은 시장이 애타게 찾고 있는 약물"이라고 강조했다. 토서팁은 면역항암제의 치료 효과를 저해하는 형질전환증식인자 TGF-β의 신호 전달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항암신약이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누군가 따라갈 수 있는 기술력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위상을 높일 수 없습니다. 메드팩토는 어렵더라도 혁신신약(First-in-Class) 개발만을 고집합니다.”

김성진(65) 메드팩토 대표는 20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메드팩토 본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회사의 핵심 파이프라인 ‘백토서팁’의 성공을 자신했다. 메드팩토는 다음 달 19일 코스닥 상장을 앞뒀다.

지금까지의 항암 치료는 종양세포만을 타깃해 제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이 방식은 우수한 항암제가 꾸준히 등장해도 암이 재발하거나 전이하는 등 의료적 미충족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최근 연구에서는 기존 항암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종양세포뿐만 아니라 주변 환경까지 조절 가능해야 한다는 점이 밝혀졌다.

백토서팁은 면역항암제의 치료 효과를 저해하는 형질전환증식인자 TGF-β의 신호 전달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약물이다.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도록 종양 주변 환경을 개선하는 역할을 한다.

메드팩토는 최근 미국면역항암회 학술회의(SITC 2019)에서 백토서팁과 대표적인 면역항암제인 머크의 ‘키트루다’의 병용 투여 임상 결과를 발표해 크게 주목받았다. 4차례 이상의 전신 항암치료에 실패한 대장암 환자들로부터 1차 및 2차 항암 활성평가 지표 기준 각각 16.7%와 33.3%의 객관적 반응률(ORR)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키트루다는 올해 3분기에만 전 세계에서 3조 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진 대장암·위암 환자 15%에만 적용할 수 있다”며 “이번 임상 결과는 병용요법을 통해 이를 2배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김성진 메드팩토 대표가 20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매드팩토 본사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백토서팁은 아스트라제네카의 면역항암제 ‘임핀지’ 병용 임상에서도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16.7%의 객관적 반응률을 끌어내 임핀지 단독요법(2.8%)보다 치료 효과를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이 밖에도 다발성골수종, 위암, 데스모이드암, 췌장암의 병용 임상을 진행 중이다. 방광암에 대한 임핀지 병용 임상은 연내 미국에서 착수할 예정이다. 이처럼 백토서팁은 암종을 가리지 않고 모든 항암제와 병용투여가 가능하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김 대표는 “이미 백토서팁의 안전성을 판단하는 1b 임상을 마치고 대부분 2a 임상 단계에 접어들었다”면서 이번에 발표한 연구 결과가 워낙 독보적이기 때문에 다수의 글로벌 제약사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TGF-β 분야가 면역항암제의 낮은 반응률을 해결할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최근 상용화를 놓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EMD세로노의 TGF-β 저해제인 ‘빈트라푸스프 알파(M7824)’는 GSK와 약 4조8000억 원 규모의 기술 제휴를 체결한 바 있다. M7824는 임상 과정에서 피부암이 생기는 부작용이 발견됐음에도 이 같은 가치를 평가받았다. 반면 백토서팁은 반감기가 짧고 용량 조절이 쉬우며, 고농도에서도 독성이 나타나지 않는다. 또한, 병용투여에 한계를 갖는 M7824와 달리 확장성이나 적응성이 뛰어나다.

김 대표는 “머크나 아스트로제네카가 수백 개의 병용 임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백토서팁만큼 좋은 결과를 얻은 약물이 없다”면서 “보수적으로 생각해도 백토서팁의 가치는 6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판단했다.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릴리는 막대한 비용을 투자한 TGF-β 억제제 ‘갈루니서팁’의 개발을 포기했다. 효과와 안전성 모두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신 릴리는 2세대 화합물 ‘LY3200882’로 백토서팁의 뒤를 쫓고 있다. 메드팩토는 상장을 통한 자금조달로 백토서팁의 임상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현재 김 대표는 백토서팁의 기술이전과 다발성골수종 적응증 시판이란 투트랙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희소질환인 다발성골수종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희귀의약품 지정(ODD)을 획득해 병용 투여 치료에 대한 조기 판매허가에 들어가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200억 원을 들여 추가 파이프라인에 대한 연구도 박차를 가한다. 유방암의 전이와 재발을 예측하는 바이오마커 기반 진단제 ‘MO-B2’는 2021년 하반기 임상에 착수할 예정이다. 미국의 임상 네트워크 데이터를 활용해 2개월 만에 결과를 얻을 수 있어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다. 백토서팁의 기술이전에 성공해 자금을 확보하면 최종 단계까지 자체 개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김성진 메드팩토 대표가 20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매드팩토 본사에서 유전체 지도를 표현한 LED 아트 작품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 작품은 김 대표가 한국인 최초로 규명한 유전체 지도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한국인 최초로 개인 유전체 해독에 성공한 김 대표는 미국 국립암연구소 종신수석연구원, 차의과대 암연구소 연구소장 등을 역임하며 29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한 TGF-β와 암 연구 분야의 세계적인 전문가다. 그는 단일 파이프라인으로 위험 부담이 높은 기존 바이오기업과 메드팩토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회사는 현재 5개의 후속 파이프라인을 보유해 모두 혁신신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자체적으로 임상 프로토콜을 설계한 대다수 바이오기업과 달리 초기 단계부터 글로벌 제약사와 협력해 임상 데이터를 공유하고 있다.

김 대표는 “미국의 길리어드처럼 신약 하나로 성공한 제약사가 되기 위해서는 오랫동안 한 우물만 파야 한다”며 “메드팩토는 탄탄한 기초연구를 기반으로 글로벌 트렌드에 적합한 신약을 개발해 ‘한국의 길리어드’가 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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