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 전 지식경제부 차관
세계는 급변하고 있고 대한민국은 새로운 도전을 마주하고 있다. 세계적 석학 재레드 다이아몬드(Jared Diamond)는 위기를 위기로 인정하는 데에서 위기 극복이 시작된다고 설파한다. 각자도생의 시대로 접어든 새로운 세계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과학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국가 경쟁력만이 우리가 살길이다. 무엇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기초 과학을 존중하고 공부를 하는 과학자들이 존경받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가 나서서 무엇인가를 육성하려는 조급함을 버리고 긴 호흡으로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한다. 대학의 자율성 극대화, 연구 성과에 대한 중장기적 평가 등 원칙에 충실하면 가능한 일이다.
두 번째로는 소재, 장비, 소프트웨어 등 미래의 먹거리를 키워 나가야 한다. 언제부터인지 우리 사회에서 산업의 국제 경쟁력, 세계 일류상품 등의 용어를 듣기가 어려워졌다. 대한민국의 반도체, 자동차, 선박, 디스플레이, 휴대폰 등이 세계 시장에서 팔릴 수 있었던 것은 그것들이 국제 경쟁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이러한 경쟁력을 유지하고 키우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과대학이 존중받아야 하고, 본사보다는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이 대우받아야 한다. 기술력 있는 엔지니어가 회사의 경영 책임자가 되어야 하고 국가 운영도 과학과 기술에 근거할 수 있도록 재편해야 한다. 과학 기술의 융성만이 국가의 부를 증대시킬 수 있다는 것을 역사는 말해 주고 있다.
세 번째로는 공정한 사회를 통한 상호 존중이다. 압축적 경제성장의 시간을 지나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로 접어들면서 우리는 과정을 중요시하는 사회가 되었다. 개인 간의 격차가 점점 커질수록 과정의 공정성이 중요해진다. 과정이 공정하지 않으면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게 된다. 공정함의 가치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지만, 무엇이 공정한지는 만인의 의견이 다를 수 있다. 이제 우리에게 남겨진 문제는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공정함은 무엇인지, 그리고 누가 그것을 결정할지이다. 각자가 공정함을 외치다가 모두가 낮아져서 세계에서 뒤처질 수는 없다. 기계적 평등이 아닌 경쟁력 있고 생명력을 갖춘 공정함이 필요한 이유이다.
인류의 가장 오래된 고전인 성경에도 “게으름뱅이에게는 가난이 부랑자처럼, 빈곤이 무장한 군사처럼 들이닥친다”는 구절이 있다. 부지런한 삶과 그것을 통한 경쟁력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더불어 잘 살기 위해서는 더불어 살자는 목소리 못지않게 잘 살자는 소리가 들려야 한다. 경쟁력 있고 잘하는 사람이 좋은 결과를 가져가야 한다. 작업복을 입고 일하는 사람도, 펜을 들고 일하는 사람도, 그리고 노래하고 춤추는 사람도 모두 인정받아야 한다. 그러나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은 구별되어야 한다. 바로 이것이 우주의 질서인 코스모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