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주변 교통사고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발의된 '민식이법' 통과가 여야 간 대립으로 지연될 위기에 처했다. 민생법안을 볼모로 잡은 20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 국회는 역대 최악으로 마무리될 전망이다.
민식이법은 9월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김민식 군(당시 9세)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이후 발의됐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민식이법은 △어린이보호구역 내 신호등과 과속단속카메라 설치 의무화 △어린이보호구역 내 교통사고 사망 사고 발생 시 3년 이상 징역 부과 △음주운전ㆍ중앙선 침범 등 12대 중과실 교통사고 사망 발생 시 최대 무기징역까지 부과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강 의원은 지난달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스쿨존 어린이 보호 구역이 눈에 잘 띄는 것처럼 보이지만, 과속카메라와 횡단보도, 방지턱이 설치된 경우는 5%가 안 될 정도로 충격적이다. 문제는 이 어린이 보호 구역에서 4100여 건의 사고가 일어나고 60건의 사망사고가 일어난 것”이라며 “이런 심각한 사태에 대해선 근본적으로 대응하고 아이만큼은 안전하게 지켜주자는 취지에서 발의했다”고 발의 배경을 밝혔다.
강 의원은 “‘민식이법’을 포함한 민생 법안이 20대 남은 국회 임기 동안 꼭 통과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지만, 민식이법의 통과 가능성은 점점 불투명해지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저지를 위해 무제한 토론, 이른바 필리버스터를 신청해 국회 본회의가 무산되면서다.
이에 정치권이 민생 법안이 국민의 피부에 와 닿는 것임을 짚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이 빗발친다. 여야 서로 '네 탓' 공방을 벌여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는 지적이다. 한국당은 본회의가 열리지 않은 것은 여당과 문희상 국회의장 탓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민주당은 한국당의 패악질에 비상행동에 돌입한다고 반격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유한국당이 민식이법을 막았다!’, ‘자유한국당이 민생법안을 볼모로 잡았다!’ 여당은 이런 거짓말들을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것”이라면서 민식이법 지연 논란을 민주당 탓으로 돌렸다.
민주당은 한국당이 선심 쓰듯 선거법 개정을 철회하고 법안 5건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수용한다면 민식이법과 하준이법을 본회의에 상정시켜준다고 했다며 한국당의 패악질에 비상행동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더이상 타협의 시도는 한계에 이렀다고 생각한다”며 “이제부터 개혁법안과 민생법안 처리를 위한 강력한 비상행동을 시작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식이 부모님' 등 사고로 자식을 잃은 부모들의 법안 통과 기대는 순식간에 절망으로 바뀌었다. 소식을 전해 들은 김민식 군 어머니 박초희 씨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식이법 통과를 촉구했다. 그는 "신호등 없는 곳에 신호등 만들어달라는 게, 대로변에 과속 단속 카메라가 없어 아이들이 위험에 처해있으니 카메라 달아달라고 하는 게 왜 협상 카드가 돼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오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