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했느냐보다 앞으로 뭘 할까 고민하는 최고경영자(CEO)
1등에겐 꼭대기를 지키는 노하우를, 2등에겐 정상을 차지하려는 전략을 묻는 게 정석이다. 하지만 첫눈이 쌓인 새벽길 위에 첫 발자국을 찍는 이라면? 아예 열린 질문과 답이 가능하다.
터전을 훌쩍 옮기는 일은 분명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 제주에 처음 왔을 때의 마음가짐이 어땠는지 궁금했다.
“꿈꾸던 일과 삶에 대한 새로운 시작으로 설렘과 기대가 컸습니다.”
“당시 콘텐츠 기획과 개발 사업에 몸담으며 직장인으로서 많은 것들을 이뤘어요. 하지만 저의 생각과 감성을 담은 콘텐츠에 대한 갈망이 컸고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됐어요. 그래서 그런가? ‘더 플래닛’의 카피도 ‘제주의 자연을 새롭게 즐기다’ 에요.”
많은 콘텐츠 중 왜 생소하고 어려울 수 있는 이야기일 것 같은 생태문화복합공간을 만들 생각을 했을까? 박설희 ‘더 플래닛’ 대표가 그 사연을 풀어놓았다.
“1982년 처음 가본 제주도와 여미지 식물원은 제게 새로운 판타지였어요. 성인이 된 지금도 제주도는 제게 환상의 섬이지만, 제주 자연만이 가진 가치와 감성을 전달할 수 있는 관광지나 콘텐츠가 없다는 것이 안타까웠어요. 그래서 자연이 주는 다양한 메시지를 바탕으로 제주를 새롭게 경험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더 플래닛’을 개발하게 됐어요.”
그렇다고 환경운동가나 자연보호주의자는 아니라고 했다. “굳이 따지자면 친환경 개발주의자 정도 아닐까요(?).”
◇제주의 시크릿 가든 ‘더 플래닛’
‘더 플래닛’은 중문관광단지 초입에 자리했다. 중문색달해수욕장과 천제연폭포, 그리고 호텔과 고급 리조트가 몰려 있는 곳이다. 이곳에선 정말 많은 영화와 드라마를 촬영했다. 드라마 <시크릿 가든>과 영화 <쉬리>(1999, 감독 강제규)가 있다. <꽃보다 남자>, <미안하다, 사랑한다> 같은 드라마에도 어김없이 중문관광단지가 나온다. 제주 전통 초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호텔도 둥지를 틀고 있다. 전통 초가와 넓은 잔디 마당, 그리고 아름다운 중문 앞바다를 품은 매혹적인 곳이다.
그가 왜 이곳에 ‘더 플래닛’의 둥지를 튼 지 이해가 된다.
‘더 플래닛 (THE PLANET)’은 제주 멸종 위기종 새를 모티브로 개발된 버디프렌즈를 만날 수 있는 ‘캐릭터 전시관’과 평소 쉽게 잊고 살았던 다양한 생태계에 대한 가치와 공존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생물다양성 전시관’으로 구성돼 있다. 이는 생태 · 과학 · 예술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는 ‘생태아카데미’와 제주의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는 ‘카페 보롬’, 제주도에서 자생하는 식생으로 꾸며진 ‘플래닛 가든’과 더불어 더 플래닛을 제주의 오감을 새롭게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느끼게 한다.
박 대표의 ‘더 플래닛’ 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TV애니메이션 중심의 해외 라이선스를 구매해 시장을 구축하는 것과 달리 지역 자연과 문화를 모티브로 캐릭터와 생태문화교육 콘텐츠를 5년간 기획 개발했습니다.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일이죠.. 에듀테인먼트(Education + Entertainment) 개념의 콘텐츠로 캐릭터를 즐길 수 있는 전시관 외에도 생태, 문화, 예술, 과학 지식을 이해하고 습득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문의가 많이 들어 옵니다. 교육 부분에 대한 가치가 높아 각급 교육 기관과 제주를 방문하는 관광객이 많이 찾고 있습니다.”
◇다양성의 존중과 공존을 말하다.
박설희 대표는 ‘더 플래닛’의 기업 비전을 다양성의 존중과 공존에 가치를 두고 있다. “조직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이라고 생각합니다.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생인 밀레니얼 세대들이 기업의 주류를 차지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기업은 소통을 통해 직원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공존할 방안을 생각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소통은 건축의 기초와 같아 회사가 성장했을 때 와해될 수 있기 때문이죠.”
또한 ‘더 플래닛’을 이끄는 수장으로써 진정성 리더쉽을 강조했다. “시대가 바뀌면서 이제는 구성원의 행복도 회사가 책임져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즐거운 마음으로 진정성을 가지고 직원들이 출근하고 싶어 할까 늘 고민하게 됩니다.”
“직원들이 실력을 키우고 성장해야 회사가 잘 되는 법인데, 이들을 성장시키는데 믿음만큼 효과적인 방법이 없기 때문”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그가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하는 얘기도 한결같다. “즐겁게 일해라.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회사가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 아닌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
이 때문일까? ‘더 플래닛’의 직원들을 대하는 그의 태도에는 굉장한 신뢰감과 진정성이 보인다.
◇꿈꾸는 자가 미래를 연다, ”‘더플래닛’ 동북아시아·중동·유럽·미국 만들터”
그는 계획도 많고 욕심도 많다. 특히 마음의 크기는 그 누구에게 비할 바가 아니다.
박 대표는 멀리 보고 달리고 싶다고 했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북아시아와 중동, 유럽, 미국 등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만들고 싶습니다. 제주만의 시크릿 가든이 아닌 오픈 가든 ‘더 플래닛’을 통해 그 가치를 실현하고 싶습니다.” “버디프렌즈 5마리 친구들 중에 유일하게 철새가 있습니다. 바로 팔색조인 “피타”입니다. 여름마다 찾아오는 피타가 멀리멀리 날아 프랑스 파리에 간다는 상상을 해봅니다. 6번째 버디프렌즈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나라 한라산 등 높은 산에서 자생하는 구상나무는 태양을 보고 전진하는 기상과 안정된 모습이 누가 보아도 우아하고 흠잡을 데 없다. 마치 박설희 대표의 미래로 도약하는 확신에 찬 기상 같아 보인다. 앞으로 ‘더플래닛’은 자연이 주는 가치와 다양성의 존중을 실현시키는 생태문화콘텐츠의 플랫폼 역할을 하는 세계적인 교류의 장으로 거듭나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 박설희 대표는... ::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을 졸업했다. 기획시대(2000년), 드림픽처스21 등을 거치면서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 콘텐츠 기획 및 투자 심의, 판권 세일즈, 기획 프로듀서 등 문화 콘텐츠 사업의 경험을 쌓았다. 플래닝코리아(2004년)로 일터를 옮기면서 부동산 개발과 인연을 맺었다. 도심형 휴양지 ‘타워호텔 리노베이션 프로젝트’, 대규모 휴양주거 관광단지 ‘버자야제주예래리조트’ 등 다양한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재정경제부 ‘굿파인더’, 효성 ‘폴리에스테르 원사’ 등 브랜드 개발 프로젝트도 그의 손을 거쳤다. ㈜제주중국성개발(2012년)로 둥지를 옮겨 무수천유원지 개발사업을 총괄했다. 프리미엄 힐링 리조트 ‘캠퍼트리호텔앤리조트’가 그의 작품이다. 현재 ㈜호텔캠퍼트리의 CEO겸 문화콘텐츠 크리에이트브그룹 (주)아시아홀딩스 대표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