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디어커머스 시장에 진출하는 코스닥 상장사들이 늘고 있다. 국내 1위 업체인 블랭크코퍼레이션(이하 블랭크)이 내년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IPO) 준비에 돌입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마케팅이나 유통비용 출혈 없이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련 시장 진출 시도는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캐리소프트는 지난달 디지털 마케팅기업 피터팬랩의 지분 51.7%를 확보했다. 투자가 완료되는 내년 1월 초 피터팬랩은 캐리소프트의 계열사로 편입된다.
회사 측은 인수 이유에 대해 미디어커머스 사업 진출을 위한 교두보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캐리소프트가 가진 영상 능력과 피터팬랩이 가진 마케팅 능력을 결합시킨 사업을 장기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며 “우선 키즈콘텐츠 캐릭터 제품으로 시작해 향후 키즈 제품이 아닌 다른 쪽으로도 영역을 확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셋톱박스 사업을 영위하던 아리온도 주요 신사업으로 미디어커머스를 택했다. 3년 연속 적자가 나는 등 기존 사업 업황 개선이 쉽지 않은 상태에서 체질 개선을 위해 꺼내든 카드다. 라미네이팅 기계 제조업체 브이티지엠피도 미디어커머스 플랫폼 ‘케이블리’를 만들고 관련 사업을 추진 중이다.
미디어커머스는 유튜브ㆍ페이스북 등에 제품 사용 영상이나 후기 영상을 올려 자체적으로 생산한 제품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제작하는 영상이 전통적인 광고가 아니라는 점에서 큰 거부감 없이 타깃 소비자들의 구매를 유도할 수 있다는 게 강점으로 꼽힌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낯선 개념이었던 미디어커머스에 상장사들이 뛰어든 건 업계 1위인 블랭크코퍼레이션 성공 사례 때문이다. 2016년 설립된 블랭크는 ‘마약베개’ 등의 제품으로 SNS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설립 첫해 42억 원에 불과했던 매출을 3년 만에 1263억 원까지 끌어올렸다. 2월 한국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며 내년 상장을 준비 중이다.
또 다른 주요 미디어커머스 업체도 상장 준비 중이다. 에이피알(APR) 역시 2017년 한국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면서 일찍이 IPO를 준비했지만 지난해 적자전환하면서 일정이 지연된 상태다. 다만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 815억 원, 영업익 77억 원으로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조만간 본격적인 준비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미디어커머스 사업에 진출한 한 상장사 관계자는 “현재는 낯선 사업 모델이지만 대표 기업이 상장하면 투자자들의 관심이 더 집중될 것이라고 본다”며 “향후 업황 전망도 좋다고 판단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업계 경쟁 심화로 인해 큰 수익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블랭크의 성공으로 자금조달 시장에서 이전보다 미디어커머스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진 건 맞다“면서도 “사업 모델이 지속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투자자들 사이에 남아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