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넘어 재미까지 챙기는 ‘가잼비(가격 대비 재미)’가 인기다. 물건을 구매할 때 재미를 추구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펀(Fun, 재미)과 컨슈머(Consumer, 소비자)의 합성어인 ‘펀슈머’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기존에 유통업계가 선보인 이색 상품은 이종업계와 손잡고 출시한 협업 상품으로, 패키징 디자인을 달리하는 정도에 그쳤지만, 펀슈머 저격 상품은 SNS에서 유행하는 문구나 사진을 패키징에 적용하거나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네이밍을 달았다. 기존 협업 상품이 새로움을 추구했다면 펀슈머 저격 상품은 재미와 재치를 담아낸 것이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는 ‘곰표 팝콘’, ‘탐앤탐스 떡볶이’에 이어 ‘라떼는 말이야’ 스낵을 출시했다. ‘라떼는 말이야’ 스낵은 최근 SNS에서 화제가 된 ‘라떼는 말이야’라는 유행어를 제품명으로 그대로 사용하고 이를 양경수 작가의 재치 있는 웹툰으로 표현한 제품이다.
‘라떼는 말이야’는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과거를 회상하며 ‘나 때는 말이야'를 외치는 기성세대의 고리타분함을 풍자한 언어유희다. 제품 패키지에는 부장과 사원이 대화를 나누는 양경수 작가 특유의 블랙코미디가 돋보이는 웹툰을 담았다.
CU는 ‘라떼는 말이야’ 출시에 앞서 ‘대한제분’과 협업해 인간 사료 콘셉트로 출시한 ‘곰표 팝콘’을 선보였는데 기존에 볼 수 없었던 많은 양과 이색 패키지로 이목을 끌었다. 지난달에는 커피전문점 탐앤탐스와 손잡고, 테이크아웃 종이컵에 떡볶이를 담아 마치 커피처럼 떡볶이를 먹는 몰래 먹는 국물 떡볶이도 출시했는데, 출시 일주일 만에 한정 수량 2만 개를 모두 팔았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는 SNS에서 화제가 된 콘텐츠를 네이밍한 컨슈머 저격 상품을 선보였다. 6월 15만 병 한정으로 출시한 수박 맛 소주인 ‘술박’은 술과 수박을 합성한 재밌는 상품명과 수박을 감각적으로 표현한 병 라벨 디자인이 더해져 출시 후 2주 만에 동났다.
8월 출시한 자체 브랜드 유제품인 ‘유어스1바우유’(1등이 되고 싶은 바나나우유)는 출시할 때부터 네이밍에 공을 들였다. 상품 특징 및 개발 콘셉트를 담은 수백 개의 상품명 후보 중 개발 콘셉트를 직관적으로 나타내고 재미 요소까지 담은 상품명인 유어스1바우유로 최종 선정했다.
인물을 활용한 컨슈머 저격 상품도 눈길을 끈다. GS25는 개그우먼 신봉선과 손잡고 SNS에서 상상도 못 한 정체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사진을 화이트데이 세트 패키지로 만든 ‘상상도 못 한 캔디’를 출시했다. 또 방송인 유병재를 모델로 해 90년대 아이돌 잡지 표지를 콘셉트로 한 ‘이달의 병재’ 2종도 선보였다.
이마트24는 뉴트로 감성과 가잼비를 느낄 수 있는 ‘민생커피’ 2종을 출시했다. 민생커피 2종은 ‘민생 쓴-커피(아메리카노)’와 ‘민생단-커피(카페라테)’로 500㎖ 대용량 페트병형 음료다. 이들 제품은 상품명뿐만 아니라 세로로 쓰여 있는 응원 문구, 어깨가 축 처진 직장인, 파이팅 넘치는 여직원 캐릭터 모습이 고객에게 재미를 준다.
민생쓴-커피에는 힘들어하는 모습의 직장인이 그려져 있고, ‘인생의 쓴맛을 모르는 자! 단맛도 모릅니다. 힘들고 지쳐 인생의 쓴맛이 느껴질 때 진한 민생 쓴 커피 한 모금 마시면서 위로받아보세요. 수고 많았습니다!’라는 문구로 응원을 하고 있다.
민생단-커피에는 파이팅 넘치는 여성 직장인의 모습과 함께, ‘인생이 고달픈자! 커피 한잔으로 활기를 찾아보세요. 부드럽게 넘어가는 민생 단 커피 한 모금 마시면서 파이팅 넘치는 인생의 달콤함을 느껴보세요!’라는 메시지가 함께 적혀 있다.
민생커피 2종은 10월 출시 직후 냉장 커피(페트병) 카테고리 베스트 3위에 이름을 올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온ㆍ오프라인을 통해 수많은 상품이 출시됐다 사라지는 가운데 고객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을 선보이기 위해 차별화한 상품 출시에 힘을 쏟고 있다”라며 “펀(fun)한 상품들이 SNS를 중심으로 입소문이 나고, 새로운 성공 공식으로 자리잡으면서 재미와 호기심을 유발하는 제품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