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부진에 이어 미국의 ‘서비스업 강국’ 지위도 흔들리고 있다.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미국의 서비스 수출 증가는 제로(0)에 가까운 반면, 수입은 5.5% 증가했다. 이로써 서비스 수지 흑자는 전년 동기 대비 10% 감소한 1785억 달러(약 211조9000억 원)에 그쳤다. 감소폭은 2003년 이후 최대다.
2003~2015년 미국은 의료, 교육, 로열티 등 서비스 수지 흑자가 6배 증가한 2633억 달러를 기록할 만큼 서비스에서 강세를 보였다. 그 흐름이 올해 들어 깨진 것이다.
이같은 서비스 수출의 약세를 두고 달러 강세나 세계 경제 둔화 등 경기순환적 요인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지금 나타나고 있는 미국의 서비스 수지 악화는 보다 정치적이고 구조적인 데서 비롯됐다는 평가다.
크리스틴 블리스 미국 무역대표부 전 보좌관은 “주로 관세 인상으로 인해 나타난 무역 환경의 불안정성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구체적으로 2011~2015년 외국인 학생 등록 수가 거의 두 배로 뛰면서 1500명을 넘어섰지만 2015년 이후 절반으로 감소했다. 미국이 안전하지 않고 외국 학생들에게 덜 우호적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외국인 학생들이 경쟁국가로 발길을 돌렸다. 학생들이 각국 정부로부터 받던 학비 보조금도 삭감됐다.
미국을 여행하는 외국인 수가 감소하면서 이들의 지출도 올 들어 9개월간 0.6% 감소한 1605억 달러에 그쳤다.
무역전쟁은 미국으로의 이민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미국은 중국 학생, 여행객, 치료 목적의 환자들에 대해서도 비자를 까다롭게 발급하고 있다.
한편, 미국이 주춤한 사이, 미국이 독식하던 서비스 분야에서 다른 국가들이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2004년 이후, 세계 200위에 들었던 미국 대학들의 수가 62곳에서 46곳으로 감소했다. 반면, 중국은 2016년 과학·기술 논문 생산량에서 1위를 차지했고 특허 및 산업디자인 승인 신청에서 세계 선두 자리에 올라섰다.
미국이 아닌 다른 국가의 병원 문을 두드리는 환자들도 늘고 있다. 암과 심장 질환 관련 외국 의사들의 전문성이 향상되면서 미국 병원을 찾아야 할 이유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미국인들조차 높은 비용을 피해 해외로 원정치료에 나서고 있다. 그 결과, 1999~2018년 교육 관련 미국인이 해외에서 지출한 비용이 379% 상승했고, 건강 관련 이동도 1761% 치솟았다.
WSJ는 무역 흑자 혹은 적자가 그 자체만으로 좋거나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 국가가 세계 경제에서 갖는 상대적인 힘을 반영한다는 측면에서 미국의 서비스 수지 정체 현상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