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통신은 8일(현지시간) 세계의 중앙은행이 저금리와 양적 완화로 세계 경제의 구원투수 역할을 하는 시대가 끝났다며 이같이 진단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각국 중앙은행이 750차례 이상 금리를 인하해 기준금리는 이미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에 있다. 심지어 마이너스(-) 금리 시대에 진입, 득보다 실이 더 커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중앙은행의 처방이 더는 먹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12조 달러(약 1경4276조 원)어치 이상의 채권 매입을 통해 양적 완화에 나섰지만, 인플레이션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해 또다시 채권을 사들이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UBS그룹에 따르면 조사 대상 중앙은행 중 60% 이상이 인플레이션 목표치에 미달한 상태다. 이 때문에 1990년대 초 이후 일본을 괴롭혔던 저성장, 저물가가 전 세계로 확산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애널리스트들은 “양적 완화의 실패 혹은 통화정책의 기능 부전’을 경고했다. 몬마 가즈오 일본은행 통화정책 담당자는 “중앙은행들이 대체로 헛수고를 했다는 점이 드러나고 있다”면서 “통화 정책 효과는 앞으로 매우 제한적일 것이고, 효과가 있더라도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점점 큰 쟁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마이너스 금리의 부정적 영향에 대한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퍼시픽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는 “유로존과 일본에서는 마이너스 금리가 경제에 도움보다는 해가 됐다”고 주장했다. 마이너스 금리가 은행 수익성을 해쳐 대출이 줄고, 또 시장 수익을 압박했다는 설명이다. 이것이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마이너스 금리를 배제한 이유라는 것이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활용할 여지가 일부 남아있긴 하지만, 제한적”이라고 강조했다. 연준의 경우 금리 인하 여지가 아직 남아 있고, 유럽중앙은행(ECB)도 채권 매입 규모를 확대할 수는 있지만 약간의 모험이 따른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당장 통화정책의 한계는 이른바 ‘빅3’ 중앙은행의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결정회의에서도 드러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시장에서는 11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동결을 확신하는 분위기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선물 시장은 8일 현재 연준의 금리 동결 가능성을 99.3%로 보고 있다. 또 ECB(12일)와 일본은행(BOJ, 19일)도 금리 동결 전망이 우세하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대한 한계와 부작용이 거론되는 만큼 앞으로는 재정정책이 전면에 나설 가능성도 부상하고 있다. 톰 올릭 블룸버그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다음 경기 불황이 오면 중앙은행이 아닌 재무부가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