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바이오부 부장대우
업계는 술렁이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를 묵인할 분위기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19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들의 인수·합병에 대해 ‘혁신’이라는 키워드를 내걸며 옹호하는 발언을 내놨다. 그는 “기업결합 심사 시 공정위는 혁신을 촉진하기도, 가로막기도 한다”고 운을 뗀 뒤 “혁신을 촉진하는 측면과 독과점이 발생할 경우 소비자에게 피해가 될 수 있는 측면을 균형 있게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소비자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독과점이라는 프레임을 씌우지 않겠다는 설명인 셈이다.
배달앱 시장은 의외로 진입장벽이 높다. 소비자들이 익숙한 앱을 통해 반복 구매를 하는 데다 론칭 초기 라이더와 입점 브랜드 확보도 용이하지 않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배달앱으로 인한 가맹점주들의 부담이 커지자 자체 배달앱을 준비하다가 중단하기도 했다. ‘로켓배송’으로 소비 패러다임을 바꾼 ‘유통가 메기’ 쿠팡이 ‘쿠팡이츠’를 론칭하며 야심차게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반년 동안 점유율 1%에 만족해야 하는 시장이 바로 배달앱 시장이다. 유통 대기업들마저 긴장하게 한 쿠팡도 기존 배달앱의 철옹성에 작은 틈새조차 내기가 이토록 어려운 것이다.
조 위원장의 발언으로 배달의민족과 요기요의 인수·합병이 무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 기준에도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배달앱 시장을 기준으로 할 경우 90% 이상을 독식하게 되지만 기준을 바꿔 오픈마켓으로 범위를 넓히면 독과점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어서다.
이들의 합병 소식이 발표되자 프랜차이즈 가맹점과 식당들에는 위기감이 엄습하고 있다. 가맹본부들은 배달앱을 ‘상권파괴자’로 지목한다. 가맹사업법에 따라 본부에서 각 가맹점에 영업상권을 보호하고 있지만 배달앱으로 고객이 주문할 때 이 상권은 무의미하다. 배달앱에서 A치킨으로 검색했을 때 광고비용을 지불한 B가맹점이 가장 상단에 검색된다. 이 경우 B가맹점은 가맹본부가 정한 영업상권을 벗어나 C·D가맹점의 영업상권까지 배달하게 된다. 결국 광고를 하지 않으면 검색순위에서 밀리게 돼 매출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는 요기요와 배달의민족의 경쟁 체제가 형성돼 있어 과도한 광고비나 수수료에 대한 양사 간의 견제가 가능했지만 이들의 합병으로 사실상 광고비와 수수료 인상에 브레이크 기능이 사라졌다.
배달 매장 점주들은 벌써부터 내년이 두렵다. 임대료는 또 오를 것이고 식자재 가격도 해마다 인상되는 데다 배달공룡의 등장에 따른 추가 부담까지 우려돼서다. 지금 이들에게 ‘갑’은 가맹본부가 아니라 배달앱이다. yhh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