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교섭 결렬로 8시간 파업 돌입…노조 "사 측 부당노동행위"
르노삼성자동차 노동조합이 파업에 돌입했지만, 조합원 62%가 지도부 지침을 따르지 않고 정상 출근했다. 올해 6월 전면파업 당시 벌어진 조합원의 ‘파업 거부’ 현상이 재현되는 모양새다.
23일 르노삼성차 관계자에 따르면 노조가 8시간 파업 지침을 내린 뒤 첫 근무일인 이날 전체 출근 대상 직원 1450명 중 1150명이 정상 출근했다. 조합원만 놓고 보면 61.8%가 파업을 거부했다.
르노삼성차 사측은 생산라인 가동을 위해 기존 주ㆍ야간 2교대 근무체계를 이날부터 주간 근무로 통합했다. 이어 야간 근무조 가운데 파업 불참자를 주간에 출근하도록 했다.
사측은 노조가 예고한 이달 말까지 이 같은 근무체계를 유지하고, 이번 주말인 28일과 29일에는 특별근무로 생산을 지속할 계획이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뒤 첫 주말인 21일에도 680명이 출근해 150대를 생산하는 등 조합원의 파업 참가율이 저조한 상태”라며 “수출용 신차 배정과 연말 생산수요 확대 등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부산공장의 생산 안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공장을 계속 가동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사측이 부당노동행위를 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사측이 2교대 근무를 주간 근무로 변경한 점, 노조가 파업을 결의했음에도 근로 제공 의사를 파악한 점이 불법행위라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 사측에 파업을 이미 통보했다”며 “그럼에도 근로 제공 의사를 묻는 건 명백한 부당 노동행위”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절반 남짓한 조합원이 지도부의 파업 지침에 따르지 않으며 6월 전면파업 당시처럼 파업 동력이 약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르노삼성차 노조는 2018년 임단협 교섭이 결렬되자 6월 5일 전면파업에 돌입했지만, 60%가 넘는 조합원이 출근하자 일주일 만에 파업을 철회한 바 있다.
노사는 9월 올해 협상을 시작했지만, 여전히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기본급 인상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고정비가 인상돼 불가하다는 견해를 고수하고 있다. 대신 400만 원 상당의 격려금 지급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이를 거부했다.
이에 노조는 10일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해 66%의 찬성으로 파업권을 확보했고, 20일 오후 8시부터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부분파업 돌입 후에도 사측에 협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과의 견해차가 커 강대강(强對强) 대치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노조 지도부의 파업 지침에 따르지 않은 한 직원은 “지도부에 불만이 있어도 일단 따르자는 조합원과 그렇지 않은 측이 둘로 나뉜 상태”라며 “노사 견해차가 커 사태가 장기화할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