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시장에서 올해 악재가 잇따르면서 자산운용업계에 큰 파장이 일었다. 사모펀드 시장은 고수익을 앞세워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었지만 최근 주춤한 모양새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불거진 독일과 영국 등 해외 금리에 연계된 사모펀드 상품인 파생결합펀드(DLF)의 대규모 손실 사태가 사모펀드 사태의 시작을 알렸다.
증권사가 발행하는 파생결합증권(DLS)을 담은 DLF는 원금 손실이 가능한 고위험 상품인데도 판매사들이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위험을 알리지 않아 불완전 판매 논란이 일었다.
심지어 일부 판매사는 올해 들어 채권 금리 하락으로 손실 가능성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에도 계속 DLF 상품을 판매하기도 했다. 이에 금감원은 분쟁조정위원회를 열고, 원금 손실로 문제가 된 해외금리 연계 DLF를 판매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등에 투자 손실의 40∼80%를 배상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어 헤지펀드 1위 운용사 라임자산운용은 지난 10월 유동성 문제로 일부 사모펀드의 환매 중단을 발표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이 파악한 상환ㆍ환매 연기 대상 펀드 규모는 최대 1조5587억 원에 달하며, 증권사와 은행 등 판매사 30여곳이 환매 중단 대상 펀드를 판매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펀드에는 주로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같은 메자닌 자산이 담겨 있다. 그런데 코스닥 시장이 약세를 보이며 메자닌 자산을 대량으로 주식 전환해 현금화하기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환매가 중단되게 됐다.
최근 수년간 급격하게 덩치를 키운 라임자산운용은 고수익을 제시하며 무리한 투자를 이어가다 발목이 잡히게 됐다. 현재 우리은행,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 등 주요 판매사는 라임자산운용 상품의 판매를 전면 중단한 상태다.
아울러 저금리 기조에 해외 대체투자가 주목받으면서 증권사들이 앞다퉈 판매한 해외 부동산 사모펀드에서도 문제가 터졌다. KB증권이 팔고 JB자산운용이 운용한 호주 부동산 사모펀드에서 현지 대출 차주가 계약을 위반하며 가입자 피해까지도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이다.
해당 펀드는 3264억 원 규모가 판매된 상품으로 지난 9월 회수 절차에 들어갔다. 판매금액 가운데 2000여억 원은 현금 회수 절차를 마쳤다. 나머지 투자금에 대해서는 호주 법령에 따라 자산동결을 하거나 대출 차주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낸 상태다.
이처럼 사모펀드 시장에서 연이어 문제가 터지자 모험자본 공급 활성화를 위해 사모펀드 규제 완화에 나섰던 금융당국도 주춤한 모양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을 통해 사모펀드 일반투자자 최소 투자 금액을 기존 1억 원에서 3억 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또 실질적으론 공모펀드인 상품이 규제를 피하기 위해 형식상 사모펀드로 설계되는 시도를 차단하는 내용도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