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래 환경부 장관
거대한 미끄럼틀을 닮은 이 인공산의 정체는 무엇일까? 덴마크 ‘탄소중립’ 정책의 일환으로 2017년에 만들어진 폐기물 소각장이다. 이곳에서는 인근 주거지와 산업단지에서 발생한 폐기물을 소각해 전기를 만들거나 온수를 만들어 지역에 공급한다. 폐기물 소각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을 첨단 장비를 통해 제거하고 에너지까지 생산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주민들을 위한 여가 공간까지 제공하고 있다.
이상은 필자가 얼마 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9차 한-덴마크 녹색성장동맹회의 참석 시 아마르 바케를 방문해 알게 된 사실이다. 이 회의의 주제는 '순환경제' 였다.
우리나라의 쓰레기 문제는 심각하다. 작년 초 우리는 이른바 '쓰레기 대란'을 겪었다. 올해엔 필리핀으로 쓰레기를 불법 수출한 업체가 적발되고, 의성 등에서 거대 ‘쓰레기 산’이 발견되기도 했다. 폐기물 정책을 담당하는 환경부 장관으로서 국민께 송구하고 면목이 없다.
발생하게 된 까닭이 간단치 않고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둘러싼 이해관계도 복잡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우리가 감당(처리)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 쓰레기를 배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에 대한 근본적 해법이 바로 순환경제다.
순환경제는 자원의 채취→생산→폐기라는 한 방향이 아닌, 자원이 투입되면 버려지지 않고 재활용·재사용을 반복하는 시스템을 추구한다. 제품의 설계, 생산부터 소비, 재활용·재사용에 이르는 전 생애주기에 순환경제 원리의 도입이 중요한바, 여기엔 쓰레기를 자원으로 보는 인식의 전환과 혁신이 함께 한다.
순환경제에 있어 덴마크는 우리에게 좋은 참고 사례다. 우선, 덴마크 기업들은 정부만큼이나 적극적이다. 기업은 정부와 정책을 만들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함께 발굴한다. 실제, 2017년 6월, 덴마크 기업협회는 순환경제를 덴마크 산업의 성장동력으로 삼을 것을 정부에 권고했다. 환경을 기업활동에 부담을 주는 요소가 아닌 새로운 성장의 기회로 본다는 뜻이다.
순환경제 기술의 대외 수출을 지원하는 덴마크 정부의 방식도 인상적이다. 덴마크는 2017년 '녹색성장과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P4G)'라는 글로벌 협의체 출범을 주도했다. 이를 통해 덴마크는 정부, 기업, 시민단체, 국제기구 등이 민관 파트너십을 만들어 기후변화 대응과 녹색성장을 위한 다양한 실천을 주창하고 있다. 이는 기존의 경쟁시장을 넘어 환경을 살리는 기술과 상품의 거래를 위한 새 시장의 형성을 전제하고 있다.
2020년 새해에는 우리의 녹색산업을 키우고 순환경제로 좀 더 다가서기 위한 패러다임 전환이 절실하다. 덴마크의 순환경제 전략을 그대로 따라 할 수는 없지만, 녹색경제로의 전환을 위해 덴마크 정부가 국민, 기업, 나아가 국제사회와 어떻게 협력하고 있는지 깊이 따져보고 배울 참이다.
마침, 우리나라는 내년 6월에 '제2차 P4G 정상회의'를 개최한다. 순환경제를 포함한, 물, 식량·농업, 에너지, 도시 등 5개 분야에서 우리의 녹색산업·기술 관련 정책과 경험을 국제사회와 공유할 기회를 갖게 된다. 이참에 한국형 아마게르 바케도 이곳저곳에 세워 국제사회에 뽐내 보길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