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한국보다 글로벌 모바일결제 5년 앞서
현금과 카드가 없는 중국. 알리페이 같은 모바일 페이 확산이 이미 전 지역으로 퍼져있다. 온라인 현금 결제 시스템이 잘 구축된 혁신국가로 통한다. 특히 금융의 중심지로 불리는 상해는 사실상 모든 결제가 페이로 이뤄진다고 해도 무방하다. 중국의 모바일결제는 우리나라 보다 5년 이상 앞서 있는 걸로 알려져 있다. 취재팀은 대표적인 페이업체 알리페이가 중국 상해와 항주에서 어떻게 효과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살펴본다. 후발 주자인 우리나라 모바일 결제 시장 상황도 함께 짚어본다.
“즈푸바오(支付寶·알리페이)? 흔하오(흔好·매우 좋다).”
알리페이만 있으면 현지 사정을 잘 모르는 관광객도 어디서든 대환영이다. 13세기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불렸던 상하이. 미려항주(美麗杭州)로 불리는 아름다운 이 도시는 1990년대 중국 경제개발의 심장이 된다. 금융산업이 특히 발달한 이곳은 전 세계에서 모바일결제 시스템이 가장 잘 구축된 도시다. 상하이에서는 모든 결제가 모바일로 이뤄진다. 알리바바가 만든 알리페이와 텐센트의 위챗이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니온페이가 BC카드와 손잡고 ‘페이북’을 통해 모바일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알리바바그룹이 2004년 론칭한 모바일 결제플랫폼 알리페이는 중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되면서 1~2년 사이에 중국 전역으로 퍼졌다. 단순 결제를 벗어나 택시를 부르고 영화를 예매하는 등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 도시 곳곳에 있는 공용자전거도 알리페이나 위챗페이로 스캔만 하면 바로 사용할 수 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알리페이 사용자는 9억 명에 달한다. 지하철, 택시, 호텔, 시장까지 모바일 결제로 통하는 세상.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을 합친 이른바 ‘핀테크 (fintech)’ 혁신을 이끌고 있는 곳. 바로 상하이다. 시장에서는 한국이 모바일 결제 분야에서 중국에 5년 이상 뒤졌다고 입을 모은다. 카드가 주요 결제 수단인 국내 환경에서 어떤 식으로 결제시스템을 진화시켜 나갈지 중국에서 답을 찾는다.
중국의 모바일 결제는 남녀노소를 불문한다. 거리에서 만난 대학생 양나는 “알리페이로 뭐든지 결제한다. 현금을 아예 가지고 다니지 않아서 지갑을 따로 들고 나가는 일이 없다”면서 “휴대폰 하나면 모든 결제가 가능해 외출할 때 지갑이나 가방 없이 간편하게 나갈 수 있다”고 했다. 나이가 지긋한 홍제, 징징 부부도 취재진에게 외출할 때 이것만 들고 나온다며 휴대폰을 보여줬다. 홍제는 “우리 부부의 경우 알리페이와 위챗페이를 함께 이용한다”며 “할인율이 다르거나 쿠폰이 지급되는 등 각자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두 가지 모두 다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 지오다노 직원은 “거의 모든 고객들이 모바일 결제를 통해 계산한다”며 “매장 입장에선 거스름돈을 따로 준비하지 않아서 결제 시간이 빠르고 계산을 실수하는 일이 없어 편리하다”고 했다.
노점상도 모바일 결제가 가능할까. 카드를 내밀자 상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양팔로 엑스(X) 자를 그려 보이기도 했다. 우리는 환전해 간 지폐로 계산을 시도했다. 이번에도 손사래를 쳤다. 잔돈이 없어 현금을 받을 수 없다는 표시였다. 우리가 알리페이를 내밀자 금새 표정이 풀렸다. 외국인이 알리페이 결제를 다했다며 덤으로 물건을 봉지 안에 넣어주는 친절까지 베풀어 주었다. 인근 재래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홍응기 우리은행 상해 분행장은 “중국은 이미 수년 전부터 가방에 현금 대신 충전기를 갖고 다닌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며 “휴대폰으로 모든 결제를 하다 보니 그만큼 휴대폰 배터리가 방전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사회주의라는 것이 모바일 결제 시스템이 확장될 수 있었던 강력한 추진력으로 작용한 것 같다”며 “우리 나라의 경우 어떤 사업을 하려고 하면 가맹점 수수료, 벤더, 카드업계 종사자 등 걱정할 게 많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