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 우려로 중단된 딜 많아…새해 거래재개 전망 무게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제조업종 딜이 직격타를 맞았다. 최근 국산화와 수입대체 등으로 규제로 인한 영향이 줄면서 무산됐던 거래의 재개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린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기업에 부품을 공급하는 제조업체들은 일본발 수출규제 직후 M&A 딜이 여러 건 무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위험성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없어 자금을 대는 연기금 등 투자자들이 발을 뺐다는 전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일본이 수출규제를 자행하면서 이와 관련해 진행되던 딜에서 투자자들이 손을 턴 경우가 많다”며 “일본에서 원재료를 수입해 반도체 부품을 제조하는 대기업 벤더들이 있는데 M&A 계약서 체결까지 가다가 협상이 끝나는 시점에서 드롭된 사례가 꽤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장사의 경우 통상 거래액의 5~10% 수준으로 계약금을 받는데 연기금과 사모펀드 등 투자자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너무 크니까 계약금을 포기하면서까지 거래를 중단했다”면서 “지금 와서 보니 나타난 결과는 당초 우려했던 것보다 작은데 일본 정부가 규제를 발표할 때는 엄청난 타격을 입을 거라 생각됐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실제 일본의 수출규제 결정 직후 중소제조업체들은 10곳 중 6곳(59.9%)이 재고 소진 등의 이유로 향후 6개월 이상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이는 중소기업중앙회가 반도체와 영상기기, 방송 및 무선통신장비 등 일본의 수출제한 조치로 직·간접적인 영향이 예상되는 중소제조업 269개사를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다.
곧이어 한국은행이 전국 199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절반가량(45.7%)이 주요 소재·부품 조달 리스크가 전년대비 높아졌다고 응답했다. 전체 조사업체 중 해외조달 리스크 상승업체는 43.2%로, 이 중에서도 특히 일본 소재·부품 조달 리스크가 상승했다는 업체가 33.7%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수출규제 조치 이후 예상보다 발 빠른 국산화와 원자재 수입처 다변화 등의 대처로, 당초 우려했던 것보다는 악영향이 작았다는 게 업계 진단이다. 이에 제조업 M&A 거래도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제조업종은 전통적으로 M&A 딜이 활발한 분야로 꼽힌다.
한국M&A거래소(KMX)가 2018년 1월~2019년 9월 M&A를 추진한 상장사를 분석한 결과 총 349건(합병 200건, 주식양수도 149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산업은 85건으로 24.4%를 차지했다.
일본발 영향이 아니면 4건 중 1건을 넘어섰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정부의 세제혜택 등 지원정책도 앞으로의 M&A 확대 전망에 무게를 더하는 주요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수출규제 영향이 당초 우려보다 작게 나타나면서 제조업과 관련해 그동안 중단됐던 딜이나 새로운 딜이 시장에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