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 장애 등 정신적 제약을 가진 사람에 대해 본인 외에도 배우자, 4촌 이내의 친족 등의 청구에 의해 성년후견개시 심판을 할 수 있도록 한 민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A 씨가 민법 제9조 1항 등에 대해 청구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합헌 결정했다고 10일 밝혔다. 헌재는 B 씨가 같은 조항을 포함해 10조 1항 등 관련 조항을 대상으로 청구한 사건에 대해서도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민법 제9조 1항(성년후견개시심판조항)은 '가정법원은 질병, 장애, 노령, 그 밖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사람에 대해 본인, 배우자, 4촌 이내의 친족, 미성년후견인, 미성년후견감독인, 한정후견인, 한정후견감독인, 특정후견인, 특정후견감독인, 검사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청구에 의해 성년후견개시의 심판을 한다'고 규정한다.
헌재는 "성년후견개시심판조항은 스스로 재산의 처분 등 법률행위, 치료·요양 등을 결정하는데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의사를 존중받으면서도 성년후견인의 지원을 통해 거래상 불이익 등을 입지 않도록 법제도적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서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 현실적으로 성년후견대상자의 경우 본인 의사에 의한 청구가 어려운 등 본인 외 다른 사람들의 청구권을 인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른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등이 있어 침해의 최소성에 위배되지 않고, 법익의 균형성 등을 갖췄다고 봤다.
아울러 헌재는 후견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사람에 한해 후견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한 가사소송법 제45조의 2(감정조항), 진술청취가 피성년후견인의 의사와 이익을 해하는 등을 막기 위해 예외를 규정한 가사소송법 제45조의 3(진술청취예외조항) 등도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구체적인 사안에서 법관의 판단을 통해 의사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후견의 필요성을 면밀히 검토하고 후견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한다"고 짚었다.
또 "진술청취예외조항은 사실상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이 의견진술을 할 수 없거나 심문에 응할 수 없는 경우에 진술청취 및 심문의 예외를 인정한 것"이라며 "이로 인해 피성년후견인이 입는 불이익은 미미한 반면 후견의 접근성을 보장하는 것은 피성년후견인 보호라는 중대한 법익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