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첫 판결' 대법원 문건 유출 혐의 유해용 1심 무죄

입력 2020-01-13 11:36수정 2020-01-13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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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 부족"…"재판부에 깊이 감사"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연합뉴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의 첫 선거로 관심을 모았던 유해용(54)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8부(재판장 박남천 부장판사)는 13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유 전 수석재판연구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는 2017년 3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불거진 후 약 2년 만에 내려지는 첫 사법부의 판단이다.

유 전 수석재판연구관은 2014~2016년 대법원 선임ㆍ수석재판연구관으로 근무하면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공모해 휘하 연구관에게 특정 재판의 경과 등을 파악하는 문건을 작성하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청와대의 요청을 받은 임 전 차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진료’에 개입한 김영재ㆍ박채윤 부부의 소송 경과를 파악한 것으로 보고 이에 관여한 혐의로 지난해 3월 유 전 수석재판연구관을 재판에 넘겼다.

유 전 수석재판연구관은 상고심 소송 당사자들의 개인정보가 포함된 재판연구관 검토보고서 및 의견서 등을 사건 수임과 변론에 활용하기 위해 무단으로 들고나온 뒤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이를 파기한 혐의도 받는다.

그러나 재판부는 유 전 수석재판연구관의 혐의 모두를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재판 경과를 작성하도록 지시하고 누설한 혐의에 대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임 전 차장과 공모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검토보고서 등을 가져나간 혐의에 대해서는 “이 파일이 공공기록물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공공기록물에 관한 인식이나 범위가 피고인에게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에게 개인정보보호법이 금지하는 유출의 범위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이를 활용하려고 했다는 증거도 없다”며 “이 행위와 함께 적용된 절도 혐의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선고를 마친 뒤 유 전 수석재판연구관은 “공정하고 정의롭게 판결해주신 재판부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앞으로는 더욱 정직하게 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2017년 3월 불거진 사법농단 사건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임기 중 상고법원을 도입하고자 법원행정처를 통해 행정부와 입법부에 불법 로비를 하고, 법조계 전반을 사찰해 외압을 가했다는 의혹이다. 이 사건으로 양 전 대법원장과 박영대ㆍ고영한 전 대법관, 임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포함해 14명의 전ㆍ현직 법관이 재판에 넘겨졌다.

사법농단 사건과 관련해 다음 달 14일에는 임성근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 판사에 대한 선고 공판이 예정돼 있다. 임 전 수석부장판사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 지국장의 재판에 개입해 청와대 입장이 반영되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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