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 서민 청약시장 더 힘들어지는 역효과 낼것"
최근 청와대가 연일 부동산 시장에 공세를 강화하면서 서울 집값을 옥죄기 위한 초유의 ‘슈퍼 대책’이 나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부동산 시장 안정화 의지를 강조하며 부동산 매매 허가제 도입의 운을 뗀 지 하루 만인 16일 박선호 국토교통부 차관이 이를 뒷수습하는 해프닝이 벌어졌지만, 정부가 규제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언제든 초강력 대책을 꺼낼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전문가들은 현재 정부가 추가적으로 꺼낼 수 있는 부동산 대책으로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재건축 연한 강화 등을 꼽는다. 특히 4월 이후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본격 시행되는 것에 대비해 청약시장 안정을 위한 개발 이익을 환수하는 개념의 주택채권입찰제(이하 채권입찰제)의 부활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채권입찰제는 분양가와 주변 아파트의 시세 차이가 큰 경우 분양 계약자가 채권을 사게 해 시세 차익의 일부를 환수하는 제도다. 한마디로 계약자에게 채권을 사게 해 시세 차익 일부를 정부가 흡수하는 것이다. 1순위 청약자 중 채권 매입(예정)액을 많이 써낸 순서대로 분양권을 준다. 제도 시행을 위해서는 민간택지에 이를 적용하기 위한 관련법을 손봐야 한다.
채권입찰제가 도입된 것은 2006년 노무현 정부 때다. 분양가 상한제와 함께 시행된 이 제도는 이듬해 경기도 성남시 판교신도시와 고양시 일산2지구 휴먼시아 분양 당시 적용된 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유명무실해져 결국 2013년 주택 청약 규제 완화와 함께 폐지됐다.
이 제도는 현 정부에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카드를 꺼낸 지난해 하반기부터 청약시장 안정화 방안으로 꾸준히 거론됐다. 상한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통제 때보다 분양가가 더 낮아져 ‘로또 청약’ 현상이 심화할 수 있어 이를 막을 ‘패키지 정책’으로 시행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 것이다.
지난해 서울 분양시장에서 1순위 청약자는 34만 명을 넘어섰다. 2002년 이후 1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해 말 분양한 ‘e편한세상 홍제 가든플라츠’는 1순위 청약에서 200가구 모집에 1만1985명이나 몰렸다. 같은날 청약한 위례신도시 ‘호반써밋 송파1∙2차’ 역시 1389가구 모집에 3만4824명이 1순위로 청약통장을 썼다.
채권입찰제는 정부가 개발이익을 환수해 사회에 환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순기능을 갖는다. 채권 판매 수익을 서민 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 무주택자의 주거 복지에 투입할 수 있어서다. 시세 차익의 일부를 국채로 거둬들여 현 정부가 추구하는 불로소득과 투기 수요를 차단하는 효과도 불러올 수 있다.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 거세다. 청약자의 부담이 채권 매입액만큼 늘어나 사실상 간접적으로 분양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자금 여력이 부족한 청약자의 경우 매입액을 적게 쓰면 그만큼 당첨 확률이 줄어든다. 결국 자금력 있는 부자들이 많은 매입액을 써내면서 청약시장을 ‘부자들의 잔치’로 전락시키는 구조로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채권입찰제는 결국 채권 매입액을 많이 써내는 순서대로 분양 당첨이 되는 구조로, 돈 없는 서민은 더 불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도 “이 제도는 대출 규제로 돈줄을 막은 상황에서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을 더 가로막을 악수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주택채권입찰제란= 분양가와 주변 아파트 시세 간 격차가 클 경우 분양받은 사람이 채권을 매입해 시세 차익 일부를 국고로 환수하는 제도. 채권 매입액을 많이 써낸 사람에게 분양 우선권이 주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