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새롭게 구성될 금통위원 멤버들은 비둘기파(통화완화) 보다는 매파(통화긴축)쪽에 가까울 것으로 예상한다.
◇ 드라마틱했던 1월 금통위, 경제 부진 일부 완화vs인하 소수의견 2명 = 17일 올해 처음으로 열린 기준금리 결정 금통위는 반전의 반전이었다. 이를 반영하듯 기준금리 결정에 민감한 채권시장 역시 장중 롤러코스터를 탔다.
이같은 조짐은 금통위 개최 전날부터 있었다. 한은 동향보고회의가 끝난 금통위 전날 오후 무렵, 이번 금통위에서는 인하 소수의견이 한 명이거나, 아예 만장일치로 동결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그간 시장 참여자들의 컨센서스(다수의견)는 인하의견 두 명이었다. 이는 직전 기준금리 결정이 있었던 지난해 11월 신인석 위원이 명시적으로 금리인하를 주장한데다, 조동철 추정 위원도 “작금의 거시경제 상황에 맞추어 기준금리를 하향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그 시점은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효과를 지켜보겠다는 지난 통화정책 결정회의 의결문의 취지를 존중하기 위해 다음 회의로 이연시키고자 한다”고 밝혔었기 때문이다.
금통위 당일 날에도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금통위 개최에 앞서 잠시 공개된 자리에서 조동철 위원이 “얼마 안 남았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는 우선, 4월 임기 만료에 따른 퇴임을 앞두고 평상시 “이제 말년”이란 말을 자주해왔던 조 위원이라는 점에서 조용히 임기를 마치고 싶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었다. 반면, 임기가 얼마 안 남았으니 평소 지론대로 빨리 금리인하를 해야 한다는 뜻으로도 읽혀질 수 있는 대목이었다. 결과적으로 그의 말은 후자에 손을 들어줬다.
금리동결이 예상됐던 금통위였다는 점에서 비교적 이른 시각인 오전 9시51분 금리동결 결정이 발표됐다. 여기까지는 예상할 수 있었던 일. 이후 금통위가 내놓은 ‘통화정책방향(통방)’은 긴장감을 고조시키기 충분했다. 우선 국내경제 부진이 일부 완화됐으며, 경제성장(GDP)과 소비자물가 전망 경로가 지난해 11월 한은 전망경로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주택가격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높은 오름세를 나타냈고, 가계대출도 증가규모가 확대됐다고 명시했다. 이는 직전 통방 문구보다 우려가 한층 높아진 것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부동산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했다는 점에 대비해보면 전날 돌았던 만장일치설까지도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어보였다.
반전은 이주열 한은 총재의 기자회견에서 나온다. 인하 소수의견이 조동철·신인석 위원이라고 공개했기 때문이다. 이때부터는 2월 금리인하 가능성에 힘이 실렸다.
◇ 2008년 5월 데자뷰! 인하의견 2명 실제 인하로 이어지진 않을 것 = 인하의견이 두 명이나 나왔지만 실제 인하로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전례가 아예 없었던 것도 아니다. 이유는 다르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기 직전인 2008년 5월이 그 예다.
당시 최도성·강명헌 위원이 경기둔화 가능성과 물가 하향 안정세 등을 이유로 금리인하를 주장했었다. 이들 위원 외에도 명시적이진 않았지만 몇몇 위원들도 금리인하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겠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반면, 기준금리는 그해 8월 전격적으로 인상된다. 5월 분위기와는 180도 달라진 셈이다. 국내 경기는 내수 증가율이 낮은 수준에 머물며 둔화하고 있고 향후 경기흐름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았지만, 소비자물가는 고유가 영향 파급 등으로 상승세가 한층 확대됐고, 상당기간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당시 인상에는 강명헌 위원이 동결 소수의견을 내며 반대했다.
한편, 지금의 금통위원들은 자신의 색깔이 명확하다. 대표적 인물로는 비둘기파인 조동철·신인석 위원과 매파인 이일형 위원이 있다. 우선 조동철·신인석 위원은 한은법에 명시된 한은 제1 목표인 물가안정에 초점을 두고 금리결정을 해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은 물가안정목표치가 2%인 상황에서 올해 물가전망치 1%는 턱없이 낮은 수준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 신인석 위원은 지난해 11월 금통위에서 “현재의 물가전망을 감안하면 현재의 기준금리가 시사하는 실질금리는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실질중립금리에 비해 낮은 수준으로 보기 어려우며, 현재 통화정책을 충분히 완화적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며 “좀 더 적극적인 통화정책 대응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반면, 이일형 위원은 1차적으로는 재정정책을 펴면서 근본적으로는 구조개혁에 힘쓸 때라는 주장을 계속해 오고 있다. 그는 작년 11월 금통위에서 “잠재성장률 자체가 계속 하락하면서 지속될 내수부진과 물가하방압력에 대응하기 위하여 현 시점에서 시급한 것은 더 확장적 거시경제정책보다는 이런 하락 기조를 전환시킬 수 있는 구조개혁”이라며 “구조개혁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일차적으로 재정정책으로 보완해 주고, 통화정책은 현재의 완화적 기조를 유지하며 정책효과를 주시하는 것이 적절한 접근”이라고 말한바 있다.
◇ 차기 금통위원 KDI 편중에서 다양화로, 비둘기파에서 매파로 = 4월21일 네 명의 금통위원이 새롭게 임명될 예정이다. 총재와 부총재를 제외한 다섯 명의 금통위원 중 네 명이 한꺼번에 교체된다는 점에서 통화정책 연속성이 유지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총선 등 정치적 일정 등을 감안하면 현 시점에서 후임 금통위원들의 면면을 유추하기는 쉽지 않다. 앞서 2일 이주열 총재가 한은 출입기자들과의 신년 다과회 자리에서 금통위원 연임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이 또한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낮다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다만 차기 금통위원들은 출신 면에서 좀 더 다양할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그간 금통위원 면면이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 인사들로 편중됐었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현 조동철 위원은 금통위원 직전 KDI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역임했고, 1995년부터 20년 넘게 KDI에서 근무했다. 그는 퇴임 후에도 KDI 교수로 돌아갈 예정이다. 신인석 위원도 1997년부터 2006년까지 10년 가량 KDI 연구위원으로 일했다. 현 임지원 위원 전임자이자 2014년 5월부터 2018년 5월까지 금통위원을 역임한 함준호 전 위원 역시 1996년부터 2000년까지 KDI에 몸담았었다.
이같은 문제를 해소키 위해서인지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 임명한 임지원(2018년 5월 취임) 위원은 JP모간 출신 인사다. 민간 투자은행(IB) 출신이 금통위원이 된 첫 사례다. 이같은 분위기를 이어간다면 의외의 출신이 금통위원으로 임명될 가능성도 있다.
아울러 현 정부들어 대규모로 교체하는 금통위원이다. 박근혜정부 시절 경제정책이 빚내 집사라는 소위 초이노믹스(최경환+이코노믹스의 합성어)에 집중하면서 성장에 중심을 뒀다면, 문재인정부는 성장 못지않게 분배에도 무게를 두고 있다. 최근 부동산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등 집값 잡기에도 나섰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라도 금리 인하론자 보다는 중립 내지 인상론자가 선호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