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까지 사태 안정되지 않으면 성장률 6%선 붕괴”…신종 코로나, 성장률 1%포인트 깎을 것 분석도
중국은 이미 둔화하는 경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소비에 의존해왔다. 그러나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신종 코로나)’가 소비에 막대한 타격을 주고 있다.
최근 수 주간 신종 코로나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가뜩이나 매우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중국 경제의 ‘바오류(保六·6%대 성장률 유지)’가 붕괴할 위험에 놓였다고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진단했다.
많은 주민이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설날) 연휴 기간에 신종 코로나 공포로 여행은 물론 외식과 쇼핑, 영화 관람 등을 자제하고 있다. 더 나아가 중국 일부 지방당국은 극장과 박물관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폐쇄할 것을 지시했다. 바이러스 진원지인 우한을 포함해 후베이성 13개 도시는 대중교통 운행이 중단된 상태다.
신종 코로나가 베이징과 상하이 등 중국 전역으로 확산하면서 활기에 찼던 소비 부문이 위축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는 나이키와 아이맥스 등 미국 기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베이징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WSJ와의 인터뷰에서 “난징으로 여행 가려던 계획을 취소했다”며 “우리는 어디도 갈 곳이 없다. 심지어 영화를 보러 나가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성장이 이미 신종 코로나 사태가 터지기 전에 강한 둔화 압박을 받고 있었다며 이번 공중보건 위기로 성장률이 더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6.1%로 29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프랑스 은행 소시에테제네랄은 “만일 이번 전염 사태가 3월까지 안정되지 않으면 중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이 6%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소시에테제네랄은 신종 코로나 사태 전 중국의 1분기 성장률을 6.1%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바오류 유지는 중국에 있어 심리적으로 매우 중요한 ‘마지노선’이라고 강조했다. 시진핑 국가주석 등 중국 지도부는 올해 중국 경제규모를 2010년보다 두 배로 한다는 중요한 목표가 있는데 바오류가 붕괴하면 이를 달성할 수 없게 된다.
앞서 2002~03년 일어났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사태 당시에도 중국 소비 부문은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문제는 17년 전보다 현재 소비가 중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욱 커졌다는 것이다. 독일 코메르츠방크의 저우하오 이코노미스트는 “오늘날 중국 경제에서 소비 비중은 절반이 훨씬 넘는다”고 말했다.
독립 이코노미스트이자 과거 중국 지방정부에 자문을 제공했던 천궁은 “신종 코로나 사태에 따른 비용은 400억 위안(약 6조7400억 원) 이상이 될 수 있다”며 “올해 중국 성장률이 약 1%포인트 하락할 우려가 있다”고 경종을 울렸다.
WSJ는 가장 타격을 받을 소비 부문으로 영화를 꼽았다. 중국의 연간 박스오피스는 90억 달러 이상인데 그 중 약 10분의 1이 춘제 연휴에 발생한다. 신종 코로나 사태로 올해 춘제 기간 7편의 영화 시사회가 취소됐다.
관광 부문도 이미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다. 상하이 디즈니랜드가 24일 문을 닫았으며 홍콩 디즈니랜드도 전날부터 폐쇄됐다.
아울러 신종 코로나 진원지인 우한은 중국 중부의 교통허브이자 제너럴모터스(GM)와 안호이저부시인베브(AB인베브) 등 글로벌 기업 공장이 있는 산업 중심지다. 우한에 대한 봉쇄조치가 장기화하면 중국 제조업 생산에 막대한 차질이 불가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