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FI와 자문사 딜 참여해 심사기일 장기화 예상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이하 배민)과 요기요·배달통을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DH)의 기업결합 여부를 놓고 찬반 논쟁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인수합병(M&A) 승인을 내주더라도 조건부로 허가해 수수료를 향후 수년간 묶어둘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28일 M&A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현재 고시로 정해진 기업결합 심사 기준에 맞춰 DH와 배민의 합병 타당성을 따지고 있다. 심사 기준의 주요 내용인 △일정한 거래 분야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지 △기업결합으로 효율성 증대 효과가 발생하는지 등을 판단해 합병 승인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를 위해 공정위는 소상공인과 경쟁사 등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하고 독과점 문제와 혁신성장 사이의 결과를 도출할 계획이다.
DH가 배민을 흡수하면 요기요·배달통과 함께 국내 배달중개 어플리케이션 시장을 사실상 100% 독점하게 된다. 기존에 형성된 배달중개 수수료를 좌지우지할 수 있고, 그 여파가 관련업계 전반의 가격 인상으로 번질 수 있어 공정위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기업결합 승인이 나더라도 수수료 인상과 영업 확대 등을 제한하는 조건부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번 딜에 참여하고 있는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조건부 승인은 큰 틀에서 일부 사업을 매각하는 구조적 조치와, 시장 가격을 제한하는 행태적 조치로 나뉜다”며 “DH와 배민의 경우 합병 후 수수료 인상 우려가 가장 큰 문제이기 때문에 행태적 조치가 나올 수 있다”고 예측했다.
심사 결과 합병 불가가 나올 가능성에 대해서는 “사전 검토 과정에서 독과점 이슈로 불가능하다고 판단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현행법상 따져봤을 때 공정위가 안 된다고 하는 딜은 애초에 걸러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공정위는 2011년 온라인 쇼핑몰 독과점 논란이 일었던 G마켓과 옥션의 합병을 승인한 바 있다. 인터넷 기반 사업 특성상 새로운 경쟁 사업자도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출현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말에는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LG유플러스와 CJ헬로비전의 합병을 잇달아 허가했다. 당시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급변하는 기술과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기업 결합을 승인하기로 했다”며 혁신성장을 강조한 바 있다.
이 같은 전례에 비춰 공정위가 수년간 수수료 인상 금지를 골자로 하는 조건부 승인을 내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하지만 해외자본이 국내시장을 흡수하는 이번 국경 간 거래(크로스보더 딜)에 대한 여론과 관련업계 종사자들의 반대가 커 합병 불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이해관계자들의 찬반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면서 기업결합 심사 기간은 다소 지연될 전망이다. 심사 기일은 신고일로부터 30일이다. 이후 90일 추가로 120일까지 연장이 가능하다. DH는 지난달 30일 신고서를 제출한 바 있다.
IB 관계자는 “DH와 배민 외에도 골드만삭스와 알토스벤처스 등 여러 재무적투자자(FI), 로펌을 비롯한 자문사들까지 다양한 주체가 관여해 심사가 장기화될 수 있다”며 “자료를 보정하는 기간은 심사 기일에 포함되지 않아 실제로는 120일이 넘게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