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31일 전세기 보내 700여 명 국내 송환…유증상자는 일단 송환 않기로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와 관련해 조만간 전세기로 송환하는 중국 우한 지역 교민(유학생 포함)들을 충북 진천과 충남 아산에 위치한 시설에 격리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애초 충남 천안을 격리 수용시설 지역으로 지정할 것이란 방침을 세운 정부가 천안 주민들의 반발에 못이겨 돌연 장소를 변경한 것이다. 이러한 소식이 전해지자 진천과 아산 지역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는 30∼31일 전세기로 귀국하는 우한지역 교민 약 700명이 김포공항에 도착하면 이들을 진천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과 아산의 경찰인재개발원에 분산 수용한다고 29일 밝혔다.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과 경찰인재개발원은 각각 국가직 공무원, 경찰 간부후보생 및 승진자를 교육하는 공무원 전용 교육시설이다. 두 곳 모두 진천과 아산 시내에서 10㎞ 안팎씩 떨어져 있고 대중교통으로 가기 쉽지 않은 곳이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가시설로 운영하는 공무원 연수원·교육원 중에서 각 시설의 수용능력, 인근지역 의료시설의 위치, 공항에서 시설간의 이동거리, 지역안배 등을 고려해 두 곳을 선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초 대형시설 한곳에서 지낼 수 있도록 하고자 했으나 귀국 희망 국민수가 처음 150여 명 수준에서 700여 명 이상으로 증가한 점과 두 시설이 1인 1실(별도 화장실 포함) 방역원칙에 따라 방역통제가 가능한 시설이란 점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또 중국 우한 거주 교민 가운데 기침이나 발열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조사대상 유증상자는 일단 국내 송환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중국 당국과의 협의 과정에서 현지 검역에 관한 법령과 검역절차를 존중해 이 같이 결정했다고 김 차관은 설명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하더라도 유증상자까지 국내로 송환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이 몇시간에만 변경된 것이다.
국내로 송환된 교민들은 공항에서 검역을 받고 문제가 없으면 2주간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과 아산의 경찰인재개발원에 격리된다. 격리 기간 동안 검사를 통해 의심 환자로 구분되면 국가지정 격리병원으로 이송된다. 14일 동안 특별한 증상이 없을 경우 보건 교육 실시 후 귀가 조치된다.
정부는 격리시설로 두 곳을 선정하기 앞서 전날 천안시 동남구 우정공무원교육원과 목천읍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 등 2곳을 교민들의 격리시설로 정해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천안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자 이를 보류하고 진천·아산으로 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애초 격리 시설 지역이 천안이 아닌 진천·아산으로 확정되자 해당 지역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자녀를 키우는 주부들의 불만이 거세다. 아산시에 거주하는 주부 민모 씨(38세)는 “경찰인재개발원은 지역 주민들이 많이 찾은 신정호공원과 근접해 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될 것을 우려해 아이들이 야외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있겠냐.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정부가 책임질 거냐”고 꼬집었다.
또 다른 주민 이 모 씨(30세)는 “지역민과 지자체의 의견을 구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장소를 정하는 게 어딨느냐”며 “정부가 다른 시·도를 물색하지 않고 충청권으로 국한하는 것은 충청 지역민을 호구로 여기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모든 방법을 동원해 저지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급작스러운 정부의 격리시설 지정 발표와 함께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발언도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박 장관은 이날 서울 중구 인근에서 의약단체장들과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방지를 위한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중국 국적자 입국 금지는 국제법상 어려운 일”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정부가 중국 전역으로 신종 코로나가 발생하는 상황인데도 국민의 안전보다는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더 우려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