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FTA 수준으로 영국과 협상 완료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가 현실화됐다. 영국 현지시간 31일 오후 11시, 한국시간 1일 오전 8시를 기해 영국과 EU가 공식적으로 결별한다. 브렉시트는 통상환경의 불확실성을 더하는 부정적 요인이 될 수 있지만 당장 한국과 영국의 통상 관계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3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영국 현지시간으로는 31일 오후 11시, 한국시간은 1일 오전 8시에 정식으로 EU에서 탈퇴한다. 영국이 유럽연합(EU)에 가입한 지 47년, 국민투표를 실시한 지 3년 7개월 만이다.
브렉시트는 2016년 6월 23일 영국의 국민투표를 통해 처음 결정(찬성 51.9%)됐다. 이후 2018년 11월 25일 영국과 EU 간의 정상회의를 계기로 'EU 탈퇴협정(Withdrawal Agreement)'이 마련됐다.
그러나 'EU 탈퇴협정'에 대한 영국 의회의 승인 반대로 당초 2019년 3월 29일로 합의된 브렉시트 기한이 3차례 연장되는 등 브렉시트 불확실성이 이어졌다.
이러한 정체된 국면은 지난해 12월 12일 조기 총선에서 브렉시트를 찬성하는 보수당이 승리함에 따라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고 영국은 이달 'EU 탈퇴협정 이행법률안'의 상·하원 의결, 여왕 재가 등 브렉시트를 위한 내부절차를 마무리했다.
브렉시트 직후 영국은 EU와 무역협정 등 미래관계 설정에 대한 협상을 진행하는 이행기간(Transition Period)에 진입하게 된다.
이행기간은 올해 말까지 지속되며 이 기간 영국은 'EU 탈퇴협정'에 따라 국제협정상의 EU 회원국 수준의 지위를 유지하게 되며 한·EU 자유무역협정(FTA)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에 따라 당장 브렉시트 이후에도 한·영 통상관계의 실질적인 변화는 없다.
이행기간이 끝난 이후에는 바로 한·영국 FTA가 발효된다. 현재로선 한·영국 FTA 발효 시기가 2021년 1월 1일로 예상하지만, 이행기간이 늘어나면 그만큼 발효 시점도 밀린다.
한·영 FTA는 기본적으로 한·EU FTA 수준으로 체결돼 우리기업이 영국과 무역 거래 시 모든 공산품의 무관세 수출 등 기존의 특혜관세 혜택은 한·EU FTA와 동일하게 유지된다.
이에 따라 모든 공산품의 관세 철폐가 유지돼 자동차, 자동차 부품 등 주요 수출품을 현재와 같이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다.
원산지와 관련해서는 3년 한시적으로 EU산 재료를 사용해 생산한 제품도 역내산으로 인정한다.
한국산 제품을 EU를 경유해 영국에 수출한 경우에도 3년간 한시적으로 한·영국 FTA를 적용한다. 한국 기업이 EU 물류기지를 경유해 수출해도 협정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농업 긴급수입제한조치(ASG)는 국내 농업의 민감성 보호를 위해 EU보다 낮은 수준에서 발동할 수 있도록 발동 기준을 낮췄다.
이외에도 중소기업의 편의를 위해 수출입 행정수수료에 대한 투명성을 한미 FTA 수준으로 강화하고 한국 기업의 수요가 큰 투자규범은 2년 내 검토해 개정할 수 있도록 이번 협정에 반영했다.
산업부는 21일 정부 부처, 공공기관, 주한영국대사관과 함께 브렉시트 대비 합동 점검 회의를 개최하고 브렉시트 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31일에는 무역협회 주관으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두산중공업 등이 참여하는 기업 간담회를 개최하고 관련 기관 홈페이지에 브렉시트 관련 안내 사항을 게재할 예정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브렉시트 이후 올해 말까지 한·EU FTA가 현행대로 적용된다는 점을 적극 홍보·안내할 계획"이라며 "이번 주말 코트라 등에서 '브렉시트 대응지원 데스크'를 가동해 우리 기업에 브렉시트 관련 상담 및 안내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