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들의 몸집 불리기가 한창이다. 자기자본 확충을 통해 대형사는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의 도약을 시도하고 있고, 중소형사는 기업금융(IB)과 트레이딩 부문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다.
7일 금융감독원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베스트투자증권은 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1200억 원을 조달하기로 결정했다고 전날 공시했다.
새로 발행되는 주식은 상장되지 않는 무의결권 배당 우선전환주이며 조달자금은 전부 운영자금으로 쓰일 예정이다.
이번 증자는 올해 목표인 ‘자기자본 1조 원 달성’ 일환이다. 김원규 이베스트투자증권 대표는 올해 신년사를 통해 “우리의 궁극적 목표는 자기자본 1조 원과 업계 상위 10위권의 수익력을 갖춘 ‘1등 중형증권사’가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브로커리지의 경쟁 강도가 심화돼 자기자본 투자가 활성화되고 있다”며 “변화가 많은 시기에는 빠른 벤치마크를 통해 적응하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지난해 5월에도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통해 779억 원을 조달한 바 있다.
증권사의 자기자본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보증이나 채권 발행, 금융주선 등 여러 투자금융(IB) 사업의 밑천이다.
중소형 증권사들의 자기자본 확충 시도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이어졌다. IB 시장이 대형사로 편중되자 중소형사들도 몸집 불리기에 나선 것이다. 지난해 하이투자증권, 현대차증권, 한화투자증권 등이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 1조 원대 증권사로 도약했다.
대형사들은 초대형 IB 지정을 목표로 자기자본 4조 원 달성을 시도하고 있다.
2016년 8월 초대형 IB 육성을 위한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제도 개선 방안이 발표되면서 초대형 IB 시대가 열렸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2017년 자기자본 4조 원 이상 조건을 갖춘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5개 업체를 초대형 IB로 지정했다.
초대형 IB로 지정되면 자기자본의 2배까지 단기어음을 발행할 수 있는 발행어음 사업권에 도전할 수 있다. 발행어음을 찍어낼 수 있으면 경쟁사 대비 자금조달 능력이 비약적으로 커진다.
하나금융투자는 4997억 원 조달을 위해 주주배정 방식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4일 밝혔다. 이번 증자가 마무리되면 하나금융투자의 자기자본은 지난해 말 기준 3조4751억 원에서 약 4조 원으로 늘어나 초대형 IB 인가 요건을 충족하게 된다. 하나금투 관계자는 “초대형IB 진입으로 업계 내 경쟁력 강화, 글로벌 사업 확대, 최근 감독 당국의 규제 비율 강화 등을 선제적으로 준비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7월에는 신한금융투자가 66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해 자기자본 4조 원을 넘겼다.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들도 ‘규모의 경제’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특히 중소형사끼리도 자기자본을 늘려 신용등급을 높일 경우 자금조달 우위에 설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