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글로비스, 車 해상운송 매출 절반 이상 비계열사 고객에게…이노션, 비계열 국내 광고주 41%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들이 모기업 의존도를 줄이며 매출처 다변화에 나섰다. 비(非)계열사에서 얻은 매출이 늘며 수익 확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는 지난해 완성차 해상운송(PCC) 사업 부문에서 매출의 절반 이상을 현대ㆍ기아차 이외의 고객에게서 이끌어냈다. 현대글로비스의 비계열 매출 비중은 지난해 1분기 역대 처음으로 50% 선을 넘었고 이 추세는 1년 내내 이어졌다. 4분기에는 부문 매출 5428억 원 중 51%인 약 2800억 원을 비계열사 고객이 책임졌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글로비스는 완성차와 벌크를 운송하는 해운 부문을 비롯해 물류, CKD(반조립제품), 중고차 경매 등을 영위하는 물류회사다. 2016년만 해도 현대글로비스는 매출의 60%를 현대ㆍ기아차에 의존했지만, 40%대에 머무르던 비계열 매출은 3년 만에 계열 매출을 앞섰다.
이는 포드와 GM, 폭스바겐, 르노, 마힌드라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를 화주로 맞으며 해외 수송 물량을 확보한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해에는 고급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완성차 물량 운송을 맡기도 했다.
현대글로비스는 비계열 매출 증가에 힘입어 지난해 4분기 해운 사업 부문에서 5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60% 증가한 실적이다. 해운 부문 실적 호조는 회사 전체 경영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지난해 이 회사는 전년 대비 23% 늘어난 8765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완성차 해상운송 사업에서 비계열사 물량이 크게 증가하며 수익성이 좋아지고 전체적인 실적이 개선됐다"고 밝혔다.
2005년 설립된 광고대행 계열사 이노션월드와이드 역시 점진적인 매출처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이 회사가 지난해 거둔 매출총이익은 5160억 원으로 2018년보다 9.4% 증가했다. 지난해 1분기부터 현대ㆍ기아차의 신차 출시가 이어지며 관련 매출이 늘기도 했지만, 업계에서는 비계열 물량 증대가 실적에 힘을 더했다고 보고 있다.
이노션은 지난해 국내 매출의 41%를 비계열 고객에게 얻었다. 2016년에는 이 비중이 33%에 머물렀다. 자동차 관련 회사뿐 아니라 한국야쿠르트, 광동제약, 한국야구위원회(KBO) 등 다양한 분야의 광고주를 개발한 결과다.
해외에서도 비계열 매출 비중은 꾸준히 늘었다. 2016년 6%에 불과하던 비계열 광고주는 2019년 16%까지 확대됐다. 이노션이 지난해 8월 마케팅 기업 웰컴그룹을 인수한 만큼 향후 해외 시장 비계열 광고주 확대에는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호주에 본사를 둔 웰컴그룹은 미국과 영국, 싱가포르, 홍콩 등에서 자회사 8개를 운영하며 씨티은행, 루이비통, 로레알 등 유명 기업을 고객사로 둔 마케팅 회사다. 당시 이노션은 비계열사 광고 수주를 늘려 미래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방안으로 인수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가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위아 역시 모기업 의존도 낮추기에 발걸음을 뗐다.
주로 현대ㆍ기아차에 엔진 등의 자동차 부품을 공급하던 이 회사는 지난해 중국 완성차 업체 장풍기차와 1조 원 규모의 엔진, 부품 공급 계약을 맺었다. 현대위아가 현대ㆍ기아차 이외의 완성차 업체에 엔진을 공급한 첫 사례다.
올해 초에는 유럽과 북미 지역 완성차 업체들에 7021억 원 상당의 등속 조인트 부품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지난해 1000% 넘게 증가한 영업이익 1019억 원을 거둔 현대위아는 앞으로도 글로벌 매출처 다변화를 지속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