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암 창업정신 되새겨 지금의 어려움 넘어야
삼성그룹 창업주 호암 이병철 회장의 생전 어록을 모아놓은 '호암어록'에 나오는 대목이다.
일제 강점기에 자본금 3만원으로 시작했던 삼성이 글로벌 대표 기업으로 우뚝 선 데는 이 같은 호암의 창업정신이 밑거름됐다.
12일은 호암 이병철 회장이 태어난 지 110년이 되는 날이다. 삼성을 비롯해 CJ와 신세계 등 범삼성가는 호암 탄생 110주년과 관련해 특별한 행사 없이 조용히 지낼 예정이다.
기념행사는 없지만 호암의 생전 창업정신을 되새겨 지금의 어려움을 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를 비롯해 모든 기업의 경영 상황은 시계 제로다. 반도체 업황이 꺾이며 삼성전자 실적은 반 토막이 났고, 미ㆍ중 무역 전쟁과 한ㆍ일 수출 갈등에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인한 중국 공장 가동 중단 등 대내외 경영 환경 불확실성은 점증하고 있다.
그는 호황에 불황을 대비하고, 불황에 호황을 준비할 것을 항상 강조했다. "사업상 위기는 바로 도약의 발판"이라고 늘 강조했다.
호암은 1984년 사장단 회의에서 "경제라고 하는 것은 계절에 춘하추동이 있는 것처럼 반드시 그 기복이 있다. 선진국들이 다 그랬듯 부가 축적되면 인간은 상대적으로 나태해지는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호암의 창업 정신은 아들 이건희 회장에게 대물림됐다. 이건희 회장은 ‘신경영’을 앞세워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등을 슬기롭게 극복했다. 결국 이 회장은 삼성그룹을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 키워냈다.
이번에는 삼성의 3세 경영인 이재용 부회장이 선대 회장의 정신을 이어받아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막중한 역할을 맡게 됐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호암 추모식에서 "선대회장님의 사업보국 이념을 기려 우리 사회와 나라에 보탬이 되도록 하자"며 "지금의 위기가 미래를 위한 기회가 되도록 기존의 틀과 한계를 깨고 지혜를 모아 잘 헤쳐 나가자"고 당부했다.
그는 항상 "국가가 없으면 삼성도 없다. 기업은 사업을 통해 국가에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일제 식민지와 한국전쟁을 겪으며 얻은 교훈이다. 호암은 "단순히 돈만 벌겠다고 해서 (사업을) 벌리는 것은 아니다. 국가와 국민이 가장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것을 공급해 사회에 기여하면 돈은 저절로 벌린다"는 지론을 견지했다.
이 부회장 역시 지난해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영상 메시지를 통해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세계 최고를 향한 길"이라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당부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50년은 마음껏 꿈꾸고 상상해 우리의 기술로 더 건강하고 행복한 미래를 만들자"며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100년 기업이 되자"고 강조한 바 있다.
호암은 기업경영에 대해 "시대의 움직임을 예리하게 통찰하고 욕심을 억제하고 자신의 능력과 그 한계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또 "우연한 행운을 잡는 투기는 절대로 피해야 하며 제2, 제3의 예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 경영을 어렵게 만드는 악재들이 쏟아지고 있는 요즘은 호암의 창업정신을 되새기는 게 필요한 시점"이라며 "그의 삶과 철학을 되새기며 미래로 도약하는 길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