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록의 이슈노트] 폴더폰의 귀환… 삼성 스마트폰 살릴까

입력 2020-02-1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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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열린 '갤럭시 언팩 2020' 동영상을 보며 아침 출근길에 올랐다. 신임 노태문 무선사업부장이 자신감 있게 등장해 갤럭시S20 등을 소개하며 새로운 갤럭시의 출발을 알렸다.

2014년이었다. 스마트폰 시장을 단숨에 장악한 아이폰을 잡겠다며, 삼성전자는 애플의 심장부 뉴욕에서 첫 언팩을 열었다. 현장 취재를 갔었는데, 신종균 당시 무선사업부장이 갤럭시S4의 신기능을 하나씩 소개할 때마다 환호성을 지르는 외국인들의 소리에 큰 자부심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삼성전자는 과거 피처폰 시절, 절대 강자 노키아에 이어 2위의 휴대폰 업체였다. 2007년 애플 아이폰의 등장과 함께 스마트폰이 피처폰을 대체하면서 휴대폰 업체 순위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애플이 급성장했고, 노키아는 무너졌다. 삼성전자는 시대를 잘 따라간 덕분에 선두권에 머물렀다. 결국 전 세계에서 스마트폰을 가장 많이 판매하는 업체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들어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은 위기다. 작년 4분기 삼성전자는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에서 삼성전자가 애플에 선두를 내줬다. 애플이 분기별 집계에서 삼성전자를 이긴 것은 2년 만이다.

같은 기간 중국과 미국에서 상위권 업체에 대한 점유율 격차가 더 벌어졌고, 인도에서도 중국의 샤오미와 비보에 밀려 3위로 내려앉았다. 세계 3대 스마트폰 시장에서 모두 부진한 것이다.

판매 부진은 이익 감소로 이어졌다. 작년 삼성전자 IM 사업부의 영업이익은 9조2700억 원이었다. 영업이익 10조 원 달성에 실패한 것은 2011년 이후 처음이다.

스마트폰 시장 자체도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속도ㆍ메모리 용량ㆍ카메라 화소는 커지고 높아졌지만, 외형상 차별화가 안 됐다. 스마트폰 교체에 싫증 내는 소비자들도 늘어났다.

소비자들의 제품 교체주기가 늦어지면서 꾸준히 성장하던 스마트폰 시장은 10년 만에 성장세가 멈췄다.

삼성전자의 선택은 접는 폰이었다. 위기가 오기 오래전부터 준비를 시작했다. 스마트폰이 태동하던 2011년,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에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프로토타입을 선보였다.

이후 지속적으로 연구개발을 했다. "스마트폰을 왜 접어"란 의문을 없애고 가치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거의 10년이 걸렸다.

삼성전자가 이번에 공개한 '갤럭시Z 플립'은 폴더폰의 귀환이라고 불러도 될 듯하다. 20년 전 폴더폰에 혁신 하드웨어와 두뇌를 담아 부활했다. 직접 만져보니, 전화를 끊을 때 탁 접히는 그때 그 맛은 아니지만 레트로 감성을 느끼기엔 충분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갤럭시 폴드'를 내놓은 데 이어, 이번엔 '갤럭시Z 플립'을 선보이며 폴더블폰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각오다.

지난 6일 출시된 모로로라 레이저 폴더블 역시 옛 향수를 자극한 제품이지만, 삼성전자의 기술력에는 미치지 못한다. 이미 출시하자마자 각종 내구성 및 결함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앞으로 폴더블폰은 어떻게 진화할까. 돌돌 말리는 롤러블, 쫙 펼쳐지는 스트래처블 등 또 다른 형태의 제품도 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폴더블폰의 성장은 삼성전자에 또 다른 기회다.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배터리 등 부품 기술력을 갖춘 삼성전자는 하드웨어 혁신에 그만큼 유리하다.

12일은 삼성 창업주 호암 이병철 회장의 탄생 110주년이다. 호암은 "호황에 불황을 대비하고, 불황에 호황을 준비할 것"을 항상 강조했다. "사업상 위기는 바로 도약의 발판"이라고 늘 말했다.

언제나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던 삼성전자다. 10년 후 삼성 스마트폰이 어떤 모습일지 사뭇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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