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교수 “영리한 코로나19에 재난 통제시스템 허점 또 드러났죠”

입력 2020-02-13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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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당시 복지부 TF팀장 “코로나 대응 보며 5년 전의 기시감”…차관급 ‘질본’ 실질 권한 약하고 감염병 전문병원 첫 삽도 못 떠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보건복지부 즉각대응 태스크포스(TF)팀장으로서 메르스 종식을 이끈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보며 5년 전 메르스 사태 때의 기시감을 느꼈다”며 “그나마 메르스 당시 뼈아픈 희생을 치르며 교훈을 얻은 병원들의 신속한 재난 대응으로 병원 내 전파자 0명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다양한 예측과 전략으로 무장된 재난 통제시스템을 기대했죠.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또다시 허점이 드러나며 국내 경제·사회·문화 전반을 도미노처럼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13일 고대구로병원에서 만난 김우주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달 20일 첫 번째 확진자가 발생된 이후 현재 28명까지 나온 코로나19 사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김 교수는 코로나19에 대한 약 3주간의 국가 방역 체계를 보며 빠른 전파력과 낮은 치사율, 긴 잠복기의 특징을 가진 영리한 바이러스에 또다시 재난 통제시스템이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2015년 메르스 당시 복지부 즉각대응 태스크포스(TF)팀장을 지내며 메르스 종식을 이끈 장본인이다. 당시 그는 시시각각 발생되는 사태에 각종 정책을 조언하며 컨트롤타워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도 명확한 컨트롤타워가 없이 혼선을 빚다 보니 다양한 예측 시나리오도 나올 수 없고, 결국 방역망이 뚫려 사태 장기화가 우려되고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전문가, 거버넌스, 리더십 등이 갖춰진 컨트롤타워를 통해 각 부처가 일사분란하게 빈틈을 메꾸며 바이러스와의 싸움에 대응해야 하는데, 아직도 재난 대응 시스템의 정교함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갖춰지지 않은 컨트롤타워임에도 불구하고 보건당국이 열심히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예측 시나리오 부재가 더해지며 3번 환자부터 틈새가 벌어지기 시작했다”며 “접촉자에 대한 정의가 좁아서 이를 놓치고,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데 능동감시가 되고, 전수조사 대상인 우한 입국자들의 일부 추적불가 등 시스템적 미비가 확진자 및 접촉자 수 급증으로 이어졌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이같이 드러나는 문제들을 보며 5년 전 메르스 사태의 데자뷔(기시감)를 느꼈다고 털어놨다. 메르스 당시에도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재난 대응 → 예측 시나리오 부재 → 외국인 관광객 감소 및 내국인의 외부 활동 위축으로 국내 경기 침체라는 악순환이 일어났었다. 실제로 KDI는 코로나19 확산이 향후 경기 회복을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하며 2월 이후 숙박·음식점업 등을 중심으로 한 서비스업 생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글로벌 경제 위축이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보다 더 클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이 같은 경제 성장률 저하가 예상되면서 코로나19 사태가 일종의 ‘블랙스완(발생 가능성이 없어 보이지만 일단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과 파급효과를 가져오는 사건)’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결국 메르스 이후 정부 후속대책들의 무의미함이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정부는 메르스 후속 대책으로 역학조사관 수를 최소 89명 이상으로 대폭 늘렸으며 질병관리본부는 본부장을 차관급으로 격상시켰다. 또 감염병이 퍼지면 민간 의료인을 치료나 역학조사에 동원할 수 있도록 했으며, 감염병 환자의 치료와 감염병 연구·교육을 담당할 감염병전문병원을 설립·지정하는 근거도 마련했다.

▲.고대구로병원 김우주 감염내과 교수 (고대구로병원)
그러나 현재 차관급인 본부장은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와 차관급 회의 모두 참석하지 못하고, 실질적인 인사권도 사무관 이하로 국한돼 있다. 5개의 권역별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은 아예 첫 삽도 뜨지 못했다. 기대감이 높았지만 알맹이가 빠진 메르스 후속 대책으로 코로나19를 맞게 되면서 우왕좌왕하는 국내 감염병 대응체계는 예견된 시나리오였던 셈이다.

다행히 메르스 당시 뼈아픈 희생을 감내하며 교훈을 얻은 병원들의 철저한 감염 시스템은 이번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켰다고 김 교수는 평가했다. 그는 “병원별 신속한 바이러스 재난 대응은 병원 내 전파자 0명을 유지하며 미숙한 컨트롤타워의 완충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본다”며 “만약 확진자 수가 더 많았더라면 의료진과 음압병실 부족으로 이어져 아마 심각한 상황으로 치달았을 것”이라며 안도했다.

그러면서 이제부터는 단편적인 문제점들을 막는 차원이 아닌 컨트롤타워 시스템 정비를 통해 대대적인 방역과 중장기적인 대응책을 마련할 시점이라고 그는 목소리를 높였다.

김 교수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최전방에 있는 컨트롤타워의 리더는 다양한 시나리오들을 예상하고 전문가 조언을 통해 옳고 그름을 빨리 판단·실행하는 역할”이라며 “코로나19가 잠복기에도 전파가 된다는 특징이 있는 만큼 현장 방역에 총력 대응하는 동시에 방역전략, 액션플랜 등 중장기적인 계획도 마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확진자 동선 발표 이후 방역이 완료된 장소에 대한 검증을 통해 ‘안전하다’란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꾸준히 공개하는 것 또한 제대로 된 방역 대책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현재 전체 확진자의 25%(7명)가 퇴원·격리해제된 상태이지만 보건당국은 여전히 5000명 정도의 입국자가 발생하고 있는 데다 경증 상태에서도 전염력을 보이는 질병 특성상 안심할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신속한 확진자 발견과 접촉자 관리를 강화하면서 지역사회 확산에 대비해 철저한 방역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힌 상태다.

김 교수 역시 이번 사태가 최종 종식될 때까지 매 순간이 위기임을 인식하고 종식 이후엔 재난 통제시스템의 대대적인 정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두려움과 안이함이 아닌 냉정함을 갖고 지역사회 전파를 막는 방역에 총력대응해야 할 것”이라며 “이후에는 메르스 종식 시점에 쏟아졌던 수많은 메르스 백서들로 의미 없이 시간과 비용을 낭비할 것이 아니라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 및 지자체 모두 앞으로 닥칠 바이러스 재난에 대비한 촘촘한 방역망 구상에 힘써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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