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 중단사태에 증권업계가 울상이다. 연말부터 랠리를 이어갔던 주식시장은 코로나19로 주가 상승에 급제동이 걸렸다. 라임사태로 불완전판매 이슈가 논란이 되고 검찰 수사에도 휘말릴 것으로 예상돼 올해 증권가 영업 전망에 먹구름이 꼈다.
◇ 금융당국 제재에 검찰 수사ㆍ소송까지…라임사태 후폭풍 본격화
1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다음 달부터 라임자산운용 펀드 불완전판매 문제와 관련 현장 조사를 벌인다. 특히 금융당국은 무역금융펀드 운용·설계 과정에서 실제 사기 행위가 있었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라임자산운용이 무역금융펀드 중 일부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판매를 했다면 사기나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 논리를 적용할 수 있어서다. 라임 펀드 투자자들도 법적 대응에 나서며 검찰 수사도 본격화하고 있다.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피해 관련 고소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남부지검은 피해자들을 불러 조사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환매 자금 회수를 둘러싸고 펀드 판매 증권사 간 분쟁 가능성도 제기되는 등 증권업계는 전반적으로 혼란에 빠진 모양새다.
대신증권은 앞서 이달 12일 신한금융투자ㆍKB증권ㆍ한국투자증권 등 증권사 3곳과 라임자산운용에 총수익스와프(TRS) 계약 관련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대신증권은 해당 증권사들이 라임자산운용 펀드로부터 우선해서 정산분배금을 받고 이로 인해 대신증권 고객에게 추가 손실이 발생할 경우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통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이스신평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라임 사태가 국내 대형 증권사들의 사업 위험도를 높이고 신용도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며 신용등급 강등을 예고했다.
특히 라임자산운용 펀드를 불완전 판매하거나 불법 행위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대신증권과 신한금융투자는 나이스신평의 모니터링 대상에 올랐다.
라임 사태로 금융권에 수 천억 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손실률 50%, 배상률 70%를 가정할 배상금은 신한금융지주 1010억 원, 우리금융지주 890억 원, 하나금융지주 280억 원 규모로 전망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신한금융지주 등 전체 금융지주에서 최대 2700억여 원 규모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또 투자자 불안 심리가 확산하는 등 금융업종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코로나19 후폭풍, 경기 부진에 어닝쇼크 우려
코로나19 사태로 국내 기업 실적 또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증시도 흔들리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의 실적 추정치가 있는 코스피 기업 105곳의 올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18일 현재 19조2596억 원으로 한 달 전(21조1358억 원)과 비교해 1조8762억 원(-8.9%)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동기(19조5485억 원)와 비교해도 2889억 원(-1.5%) 감소한 수준이다.
업종별로 보면 석유 및 가스 업종의 영업이익 전망치가 6660억 원에서 2156억 원으로 한 달 새 67.6% 급감하면서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수요 급감이란 직격탄을 맞은 항공운수(-43.4%)와 조선(-31.1%), 화학(-27.0%), 호텔·레저(-17.6%) 등 업종도 한 달 만에 영업이익 전망치가 대폭 감소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한국의 올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마이너스(이하 작년 동기 대비)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일본계 노무라증권은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을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기본 시나리오의 경우 0.2%, 최악 시나리오의 경우 -2.9%로 예상됐다고 발표했다.
노무라증권은 올해 연간 GDP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2%)보다 약간 낮은 1.8%로 전망했으나 최악의 경우 0.5%로 둔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앞서 국제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코로나 19 확산의 충격을 감안해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1%에서 1.9%로 낮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