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지방 분양물량 2만3000여가구...분양 일정 '안갯속'
지방 분양시장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청약 업무 이관 작업으로 지난 1월 한 달을 통째로 날린 분양업계는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악재까지 만나 분양 일정조차 잡지 못하는 등 골머리를 앓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강원도 속초에서 새 아파트 분양에 나선 한 건설사는 견본주택 방문객 수를 취합하거나 내부 집객 사진 촬영을 진행하지 않았다. 지난 22일 강원도 곳곳에서 확진자 5명이 동시다발로 쏟아져 도민들이 외출을 자제하면서 견본주택 방문객 수가 예상보다 저조하다 못해 썰렁했던 탓이다.
다음달 분양을 위해 이미 견본주택까지 지은 한 부산 분양 단지는 결국 사이버 견본주택으로 홍보 방향을 급선회했다.
당초 업계는 코로나19 사태가 분양시장에 끼칠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점쳤다.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 증후군) 발병 당시 분양시장이 단기 위축 정도에 그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까지 누적 확진자가 900명에 육박하고, 이 중 대구·경북지역 확진자가 700명을 넘어서는 등 상황이 급변하면서 분양시장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나마 수도권 분양시장은 사이버 견본주택을 열고 분양을 이어가고 있다. 경기도 수원 '매교역 푸르지오SK뷰'가 사이버 견본주택을 열고 이미 분양을 진행했고, 경기도 하남시 위례신도시 ‘위례신도시 중흥 S-클래스’와 과천시 과천지식정보타운의 ‘과천 제이드자이’도 온라인상으로 견본주택을 개관한 상태다.
그러나 지방 분양시장에선 사이버 견본주택도 '남의 얘기'다. 분양업계 관계자들은 지방 분양 단지는 여전히 '입소문'과 '대면영업'이 중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낸다. 견본주택에 모인 방문자에게 개인정보를 받아 데이터를 구축하고, 상담을 진행하는 등의 업무를 전개해야 하는 만큼 견본주택을 열지 않고는 사실상 영업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당장 오는 28일 견본주택 개관이 예정된 '천안 서희스타힐스'는 일단 분양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3월 지방에서 분양되는 2만3087가구의 분양 일정은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현재 기준으로 분양시장은 거의 올스톱이다"라며 "다음달로 분양이 잡힌 단지들은 일단 잠정적 보류 상태이고, 5월 분양이 예정된 단지들의 홍보 작업도 이맘때쯤 시작해야 하지만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어 상반기 분양 일정 전체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신천지 교회에서 코로나19가 집단 발병한 대구는 분양시장 정상화가 당분간 힘들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내달 대구에선 11개 단지, 5682가구가 분양을 앞두고 있다. 현재 '힐스테이트 센트럴 도원'이 3월 이후로 분양을 연기했다. 이달 말 대구 반월당역에 공급이 예정됐던 분양 단지 역시 다음달로 일정이 연기됐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서울이나 경기도 등 수도권은 사이버 견본주택이 당분간 활기를 띠면서 나름대로 위기에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지방은 확진자가 많은 대구를 중심으로 심각한 타격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재건축ㆍ재개발 단지의 경우 금용 비용 발생 문제 등이 걸려있는 만큼 분양 시기를 무기한으로 연기하긴 어려운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