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규제에 자산운용사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직접 매입한 사옥에 입주하지 못하거나 부서 간 협력이 제한되는 등의 사례가 늘면서 시대에 맞게 제도가 개정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BNK자산운용이 여의도 삼성생명빌딩에서 서울파이낸스타워로 이전을 마쳤다. 지난 10월 삼성생명빌딩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3개월 만이다.
이는 자본시장법 85조 ’고유계정과 신탁계정 간 거래 금지‘에 따른 조치다. 현행법상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부동산 펀드가 투자한 건물에 운용사가 입주하는 것은 위법이다. 금융그룹이 사옥을 짓거나 매입해 입주하더라도 증권사나 은행은 입주할 수 있지만 운용사는 제외된다.
실제 해당 규정에 따라 KB자산운용은 2015년 여의도 유진투자증권빌딩(현 KB금융타워) 매입 이후 사옥 이전을 포기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도 관련법에 따라 2016년 광화문 센터원빌딩에서 나왔다. 이외에도 대신자산운용, 베스타스운용 등 부동산 펀드를 운용 중인 다수의 자산운용사도 비슷한 이유로 사옥에 입주하지 못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해당 조항 자체가 불건전 영업행위로 명시돼 있다”며 “이해상충이 발생할 우려가 크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운용사의 입주 자체를 막는 것이 아닌 펀드 운용과 고유재산 간 거래 관계에 한해 금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차이니즈월과 파이어 월 등 낡은 규제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 차이니즈 월은 이해상충이 있는 부서 간 정보교류를 막고, 파이어 월은 업무위탁을 금지한 규정이다. 해당 규정에 따라 자산운용 부서와 투자은행(IB), 리서치 등 부서 간 원활한 협력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금융환경 변화에 신속하고 유연한 대응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에 자산운용업계는 불필요한 규제를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현 시대와 맞지 않는 낡은 규제로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고 있다”며 “그룹 차원에서 업무 효율성을 위해 사옥을 마련하더라도 자산운용사는 외부에 있기 때문에 불편하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산 집에서 내가 살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불만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