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낮추는 강남 집값…서울 '거래 실종' 오나

입력 2020-03-16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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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규제에다 세금(보유세)까지 세지는데 어떤 사람이 주택 매입에 적극 나서겠어요?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거래 문의는 완전히 끊겼습니다.”(서울 송파구 잠실동 J공인 관계자)

서울 아파트 거래시장에 수요자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정부의 지속적이고 일관된 부동산 규제에 내 집 마련 심리가 이미 꽁꽁 얼어붙은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경기 둔화 가능성마저 높아진 영향이다. 출렁이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여파가 국내 경제에까지 악영향을 미친다면 당분간 주택 거래 자체가 멈추는 ‘거래 실종’ 현상이 닥칠 수도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온다.

16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강남4구(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섰다. 강남4구가 모두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한 것은 2019년 3월 22일 이후 1년 만이다. 한국감정원 주간 아파트 시세 통계에선 이미 1월 강남ㆍ서초ㆍ송파구인 강남3구의 집값이 하락 전환했다. 지난해 6월 이후 7개월여 만이었다.

실제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면적 59㎡형은 지난달 19억6000만 원에 매매 거래됐다. 지난해 12ㆍ16 부동산 대책 직전 같은 층 같은 면적이 21억 원에 팔렸던 것을 감안하면 석달 새 1억4000만 원이 빠진 셈이다. 송파구 잠실동 일대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잠실 리센츠 전용 84㎡형은 이달 6일 16억 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2월 같은 면적 물건은 21억 원을 찍었다. 이 면적은 석달 사이 무려 5억 원이 떨어졌다.

서초구 반포동 B공인 관계자는 “대출 규제도 규제이지만 정부의 고강도 자금출처 조사도 주택 매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여기에 코로나 사태로 경기 불안 가능성까지 불거지면서 매수에 나서려고 했던 수요자들마저 보수적으로 돌아서는 모양새”라고 전했다. 돈줄을 묶어버린 기존의 대출 규제 압박에다 13일부터 투기과열지구 내 9억 원 초과 주택의 자금 조달과 관련한 증빙서류 제출까지 강화된 영향이라는 설명이다. 거래가 위축된 만큼 강남권에선 ‘대장주’ 아파트가 주도하던 집값 상승세를 기대하는 것도 당분간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비강남권 중저가 아파트 거래 역시 지금은 다소 활발하다고 해도 집값 상승 기대감이 꺾이면 서울의 전반적인 주택 거래량도 줄어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동안 서울 주택시장을 견인해오던 유동성과 집값 상승 기대감 중 기대감이 꺾여버리면 풍선효과의 바람이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주 강북지역(109.7) 매수우위지수는 100을 넘겼지만 전주(111.9)보다는 하락했다. 매수우위지수는 100을 초과하면 매수자가 많고, 100 미만이면 매도자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각에선 서울 주택시장에 심각한 거래 절벽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위기론도 나온다. 다만 과거 2000년대 후반 집값이 폭락했던 글로벌 금융위기의 상황이 재연되진 않을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코로나19 팬데믹과 국내외에서 보이는 금융시장 불안이 경제 위기의 시그널로 보인다”면서도 “주택시장에서 투매가 이어질 정도의 폭락은 오지 않겠지만 투자심리 회복이나 공격적인 매수 현상도 당분간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 역시 “집값 풍선효과가 줄면서 부동산 가격 조정기가 오겠지만, 풍부한 유동성 등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집값이 장기간 하락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일대 모습. (신태현 기자 holjj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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