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0) 확진자 수가 8만 명을 넘어 중국을 제치고 세계 최다 발병국이 됐다. 미국 내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지 불과 두 달 만에 바이러스 진원지인 중국을 추월한 것이다. 미국 각 주(州) 정부는 코로나19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데 비해 턱없이 부족한 병상, 인공호흡기 같은 물자와 의료 인력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 내 감염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뉴욕 주는 의료 기기 및 병상, 의료 인력 부족이 가장 심각하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26일 기자 회견에서 “감염 확대가 현재 의료 시스템의 대응 능력을 뛰어 넘는다”고 위기감을 나타냈다. 그는 이미 보유하고 있던 4000개의 인공 호흡기에 더해 7000개를 추가로 조달했다고 밝혔다. 백악관도 4000개를 금주 중 보내겠다고 했지만, 현실적으로 3만 개는 있어야 대응이 가능하다고 한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추가적인 의료 물자 지원이 없으면 11개 공공 병원들이 이번 주까지만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뉴욕시는 임시방편으로 1대의 인공 호흡기를 2명의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수 천대의 마취 기계를 인공 호흡기로 변환하는 작업에도 착수했다. 뉴욕 병원들도 긴급 수술 이외는 모두 취소하고 병상 확보를 서두르고 있다.
뉴욕시 5개 구 중 감염자가 가장 많은 퀸스에 있는 거점 병원은 26일 병원 밖에 간이 코로나19 검사 시설을 만들었고, 뉴욕 중심부 맨해튼구에서는 향후 사망자가 더 많이 늘어날 경우에 대비해 대형 텐트로 임시 빈소를 마련했다.
자동차와 가전 등 제조업체들은 의료 기기 제조에 팔을 걷었다. 미국 대형 자동차업체 포드는 24일 제너럴일렉트릭(GE)과 협력해 자사 공장의 일부 생산 라인을 GE의 인공 호흡기 제조를 위해 내줬다고 발표했다.
제너럴모터스(GM)도 다른 인공 호흡기 제조업체의 부품 조달을 지원하고 엔지니어를 파견하기로 했다.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26일 트위터에 “인공 호흡기 제조를 위해 뉴욕 공장을 재개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국방부는 턱없이 부족한 의료 인력을 늘리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일환으로 군이 관할하는 의대에 다니는 학생 200여명의 졸업을 앞당기기로 결정했다고 26일 발표했다.
제임스 맥컨빌 육군참모총장은 이날 기자 회견에서 퇴역한 군의관과 간호사 등 의료 종사자에 대해 군에 복귀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미 육군은 감염이 급속도로 확대하고 있는 뉴욕과 시애틀에 야전 병원을 설치한다. 미 국방부는 뉴욕에 병원선을 파견할 준비를 하고 있으며, 뉴욕의 사용되지 않는 호텔이나 대학 기숙사를 병실로 개조하는 계획도 진행하는 등 의료 시설 부족에 군이 적극 나서고 있다.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26일 기자 회견에서 슈퍼마켓이나 약국, 식료품점에 대해 “영업시간 전에 고위험군인 고령자가 쇼핑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