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산유량 사상 최대치인 하루 1230만 배럴로 끌어 올릴 계획
원유시장의 잔인한 4월이 시작됐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비롯한 주요 산유국들의 연합체인 OPEC플러스(+)의 협조 감산 기한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종료되면서 무한 증산 경쟁의 막이 올랐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주요 산유국이 감산 합의 종료와 함께 증산에 나설 전망이다. OPEC과 러시아 등 산유국은 원유 가격 유지를 위해 생산량을 제한하는 감산 합의를 3년간 이어왔다. 그러나 지난달 6일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간 추가 감산 협상이 불발하면서 증산과 가격인하 경쟁에 불이 붙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글로벌 원유 수요가 급감한 마당에 공급 과잉이 기름을 부으면서 유가 추가 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골드만삭스는 4월 하루 원유 소비량이 전년 동기 대비 1500만 배럴 감소한 2200만 배럴로 급감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하루 2000만 배럴이 저장탱크에 쌓일 것으로 추산했다. IHS마킷은 올해 중반 저장탱크가 포화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수요 전망 경고음에도 사우디는 산유량을 대폭 늘려 러시아와의 점유율 싸움을 지속할 방침이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4월 1일부터 전체 산유량을 사상 최대치인 하루 1230만 배럴로 끌어 올릴 계획이다. 이는 2월 일일 970만 배럴보다 27% 많은 규모다.
산유국 간 치킨게임에 유가는 10달러대 진입을 앞두고 있다. 지난달 30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6.6%(1.42달러) 미끄러진 20.09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2002년 2월 이후 약 18년 만에 최저치 기록을 갈아 치웠다. 31일에는 배럴당 20.48달러로 전날보다 1.9% 올랐다.
원유 시장의 혼란을 보다 못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유가 안정 방안 논의에 나섰다. 그러나 시장을 진정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증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사우디와 러시아의 조정이 난항을 겪고 있어서다.
원유 공급 과잉에 따른 추가 가격 하락으로 잔인한 4월을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