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폭등에 실탄소진, 3월 외환보유액 90억달러 급감 ‘금융위기 후 최대폭’

입력 2020-04-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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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액 4000억달러 턱걸이 1년 10개월만 최저…2월 말 외환보유액 세계 9위 유지

외환보유액이 한 달 새 90억 달러 가량 급감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잔액도 4000억 달러를 턱걸이하면서 1년 10개월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확산)에 외환시장에서 안전자산인 달러화 수요가 급증하며 원·달러 환율이 급등(달러값 급등·원화값 급락)한 때문이다. 이에 따라 외환당국은 환율방어를 위해 적극적으로 환시개입에 나섰다.

(한국은행)
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말 외환보유액은 전월 말 대비 89억6000만 달러 급감한 4002억1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08년 11월 117억5000만 달러 감소 이후 12년 4개월 만에 최대 감소폭이다. 잔액도 2018년 5월(3989억8000만 달러) 이후 최저치다.

박성호 한은 외환회계팀장은 “환율이 워낙 급등하다 보니 시장안정화조치를 위해 유동성을 공급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달러화가 강세를 보였고, 원·달러 환율도 두 달 연속 급등세를 이어갔다. 3월 평균 원·달러 환율은 전월보다 26.3원(2.2%) 급등한 1220.09원을 기록했다. 이는 2009년 8월(1238.4원) 이후 10년 7개월 만에 최고치다. 원·달러 환율은 직전월에도 29.51원(2.5%) 폭등한 바 있다. 다만, 3월 말 기준 원·달러 환율은 3.7원(0.3%) 오른 1217.4원에 그쳤다.

주요 6개국 통화대상 달러화지수(DXY)인 달러인덱스도 3월 말 기준 99.05로 전월 말(98.13) 대비 0.9% 상승(한국시간 기준 99.18, 0.7% 상승)(절상)했다. 안전자산인 엔화(1.3%)를 비롯해, 유로화(0.3%)도 절상됐다. 반면, 호주달러화(-6.4%)와 파운드화(-4.0%)는 절하됐다.

부문별로 보면 국채나 정부기관채, 회사채, 자산유동화증권 등에 투자하는 유가증권은 전월 말보다 136억2000만 달러 감소한 3576억 달러를 보였다. 반면, 해외 중앙은행이나 주요 글로벌은행에 보관해 둔 현금성 예치금은 46억2000만 달러 증가한 317억2000만 달러를 나타냈다.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은 전월비 4000만 달러 늘어난 33억2000만 달러를, IMF 회원국이 출자금 납입 등으로 보유하는 IMF에 대한 교환성통화 인출권리인 IMF포지션은 1000만 달러 축소된 27억8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금은 전월과 같은 47억9000만 달러(104.4톤)를 유지했다.

한편 2월 말 기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규모(4092억 달러)는 세계 9위 수준을 유지했다. 1위는 3조1067억 달러를 보인 중국이 차지했다. 이어 일본(1조3590억 달러), 스위스(8550억 달러), 러시아(5704억 달러), 사우디아라비아(4969억 달러) 순이었다.

작년 10월 홍콩을 추월해 7위를 기록했던 인도(4815억달러)는 102억 달러나 늘어 대만까지 추월해 6위를 차지했다. 홍콩(4461억 달러)은 우리보다 한 단계 위인 8위를, 브라질(3625억 달러)은 우리보다 한 계단 아래인 10위를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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