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반짝 인기'에 그치지 않으려면 진단 영역에도 정부 R&D 지원돼야
코로나19 국내 진단키트에 대한 전 세계의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다. 감염병 대응의 첫 단추 역할인 진단키트의 특징인 신속ㆍ정확함을 제대로 갖춘, 전 세계가 인정한 유일무이한 제품들이기 때문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80여 개국이 넘는 국가에서 국내 코로나19 진단키트 구입 요청이 잇따르는 가운데 국내 식약처의 수출허가승인을 받은 기업들은 해외 수출을 위한 역대 최대 물량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씨젠ㆍ솔젠트ㆍ코젠바이오텍 등 5개 기업은 현재 40~50개 국가에 수출을 진행 중이며 수출이 전체 생산물량의 90%를 넘어설 정도여서 몇몇 업체는 공장을 24시간 풀가동할 정도다. 씨젠의 경우 1주에 10만 테스트 물량을 생산하다가 최근 수출이 증가하면서 1주에 30만 테스트까지 늘려 생산하고 있고, 수출 물량을 맞추기 위해 전 사원이 진단키트 제품 생산에 투입되고 있다. 솔젠트는 월 120만 테스트에서 150만 테스트까지 만들다 추가 물량 수급을 위해 대전공장 증설에 돌입한 상태다. 그밖에 수젠텍ㆍ오상자이엘ㆍ미코바이오메드 등 해외수출승인 허가 기업들도 확진자가 늘고 있는 미국·유럽·중동 등을 타깃으로 10~40개 국가를 상대로 계약 및 수출을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 시장에서 한국 진단키트 제품은 1순위로 협상 대상에 올라간다. 특히 불량이 많은 중국제품에 대한 불신으로 반사이익 효과도 상당하다”며 “코로나19가 사그러들기 전까지 해외 수출허가를 받은 국내 기업들의 수출 고공행진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이 같은 전례없는 사례에 메르스·사스 등을 경험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정부의 발빠른 방역대책과 관련 기업들의 기민한 대응이 신뢰감으로 이어져 국내 진단키트에 대한 선호도를 높이는데 크게 작용한 것으로 평가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조차 드러나지 못했던 진단업체들의 저력이 이번 코로나19를 통해 국내외에서 실력을 인정받게 된 데에는 질병관리본부·식약처·대한진단검사의학회 등 정부와 학계가 함께 하나의 진단키트 기준을 만들고, 검사판독 기준을 확립하는 등 긴급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프로세스가 사전에 마련됐기에 가능했다”며 “국내 긴급사용승인으로 표준화된 제품을 통해 현장에서 수십만건의 진단이 검증되며 해외에서도 더 믿음을 가질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국내의 수출허가제도 역시 세계에서 한국 제품을 인정하는데 한 몫 하고 있다는 의견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수출허가제도 도입 취지는 한국제품에 대해 정부가 개런티를 해주는 개념으로 '메이드 인 코리아'의 가치를 인정한다는 뜻”이라며 “중국산 제품이 한국제품으로 둔갑하는 경우도 있어 한국제품의 이미지 손상을 막는데 이 같은 제도가 주효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상승가도를 달리고 있는 국내 진단키트산업이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된 이후에도 성장하기 위해선 정부와 업계의 노력이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무엇보다 정부의 폭넓은 지원과 기업들의 품질관리에 대한 노력 등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이민전 체외진단기업협의회 운영위원장(웰스바이오 이사)는 “시약에 들어가는 핵심원료, 검체채취에 쓰이는 면봉 제작 등 국내 원자재 회사들이 몇 안된다. 진단 영역이 성장하려면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이러한 부분들까지 동반성장해야 가능하다”라며 “치료제 위주였던 바이오 분야의 연구개발(R&D) 지원 역시 이제는 진단 영역까지 폭넓게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한국 진단키트 붐을 등에 업고 제품력이 아닌 한탕을 노리기 위해 뛰어드는 기업들도 있는데, 결국 국내 기업들이 오랜시간 공들여 쌓아놓은 이미지를 손상시키는 행위”라며 “코로나19 이후에도 국내 기업들의 품질관리 노력이 유지돼야 하고, 품질 관리가 우수한 기업들에 대해선 수출허가를 간편하게 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따라준다면 추가 발전의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