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성 위주에서 안락한 일상으로 생활만족도 중심 이동
인근에 위치한 비슷한 평형의 아파트라도, 심지어 같은 단지의 같은 평수 아파트라도 방향과 층에 따라 시세 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국민 소득이 올라가고 삶의 질을 중시하는 세대가 늘면서 자연이 보이는 쾌적한 생활환경이 주거 만족의 요건이 됐다는 분석이다.
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기존 주거 만족도의 기준은 역세권으로 대표되는 교통과 교육, 쇼핑‧여가‧의료시설 등 주로 편의성을 중심으로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도심 한복판에서도 자연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공원이나 강 주변에 위치한 전망 좋은 집을 선호하는 입주민이 늘어나는 추세다.
역세권에 더해 이른바 조망권과 공세권(공원), 숲세권(산) 등 자연 친화적 요소가 중요한 선택지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주로 1인가구로 구성된 청년층 사이에서는 맥세권(맥도날드), 쓱세권(SSG), 편세권(편의점), 스세권(스타벅스) 등도 부각된다.
이 같은 트렌드 변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꾸준히 늘어나는 국민소득 수준이 지목된다. 2000년대 들어와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지속적으로 올라가고 있다. 지난해 1인당 GNI는 3735만 원으로 2015년 대비 14.58%(475만 원) 상승했다. 여기에 의식주 해결이 급선무였던 시대와 달리 삶의 질을 우선시하며 자란 세대가 경제 주역으로 자리 잡으면서, 이제는 편안한 생활을 추구하는 풍조가 안착하는 모습이다.
실제 지난달 청약을 받은 ‘힐스테이트 송도 더스카이’는 워터프론트호수 조성 수혜로 인천시 최대 청약자가 몰리며 72.17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같은 달 청약한 ‘시흥 장현 영무예다음’도 인근에 조성되는 근린공원 덕분에 50.15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앞서 현충근린공원과 맞닿아 녹지 조망이 가능한 서울 동작구의 ‘이수 스위첸 포레힐즈’는 평균 44.7대 1의 경쟁률로 전 타입이 1순위 마감된 바 있다.
한강이 보이는 서울 마포구 ‘한강밤섬자이’는 지난달 전용면적 84㎡형의 평균 매매가격이 12억7500만 원에 형성됐다. 인근의 전용 83㎡짜리 아파트가 10억9000만 원으로 조망권에 따라 1억8500만 원의 시세 차이를 보였다. 인천 연수구의 전용 84㎡짜리 아파트는 집에서 서해바다가 보이는지 여부에 따라 최근 1년간 가격 상승폭이 1억 원가량 갈리기도 했다.
인근에 약 41만㎡ 규모의 대형 공원인 센트럴파크를 품은 인천 송도의 ‘센트럴파크 푸르지오’ 전용 84㎡형은 지난달 시세가 8억1500만 원 수준이다. 지난해 말 같은 주택형의 시세가 7억6000만 원에 형성됐는데 3달 만에 5500만 원(7%)이 올라간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은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서도 마찬가지다. 경남 창원에서 32만5000㎡ 규모의 용지공원과 인접한 ‘용지 아이파크’ 전용 84㎡형은 7억4000만 원으로 3달 새 집값이 6500만 원 뛰었다. 전북 전주의 세병호수공원 조망이 가능한 ‘전주 에코시티 데시앙 14블록’은 평균 33.62대 1의 경쟁률을 찍은 바 있다.
아파트의 브랜드 이미지도 신뢰도 측면에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서울 은평구 ‘북한산 푸르지오’ 전용 84㎡형의 지난달 매매가 시세는 9억5000만 원이다. 반면 인근에 위치한 비브랜드 단지의 동일 면적은 가격이 3억 원가량 낮게 책정됐다.
이에 대형 건설사들은 브랜드 리뉴얼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입주자들은 기존 단지의 브랜드 교체를 요청하기도 한다. 이전에 지은 아파트 외벽에 페인트로 최신 브랜드명을 입히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는 배경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아파트 브랜드인 래미안을 2000년 출시했다. 올해로 20년째지만 한국산업 브랜드 파워 19년 연속 1위와 함께, 국가고객만족도 22년 연속 1위를 강조한다. 구 삼성아파트 시절을 소급해 적용한 결과다.
현대건설과 대림산업은 브랜드 아이덴티티(BI)를 리뉴얼했고, 롯데건설은 하이엔드 브랜드 ‘르엘’을 론칭했다. 포스코건설도 ‘더샵’의 BI를 11년 만에 처음 바꿨고, 대우건설은 아파트 외관과 조경 등에 변화를 적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