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가 지난해 2조 원에 가까운 현금 흐름을 기록하며 현금자산 규모도 전보다 대폭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기아차의 지난해 순현금흐름은 1조9761억 원으로 전년 대비 2.7배 늘어났다. 2000년대 들어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증가한 요인도 있지만, 실적 호황기던 과거와 비교했을 때 현금 유입이 많았던 것은 재무적 측면이 더 크다. 기아차는 과거 4조 원 가까운 순이익을 내며 영업 흐름이 좋았던 때에도 순현금흐름은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다.
우선 지난해 차입금 증가로 6619억 원의 현금이 유입됐다. 이는 전년 대비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반면 차입금 상환에 따른 현금 유출은 지난해 1조 원이 채 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2018년엔 2조5000억 원가량의 현금이 여기서 빠져나갔다.
여기에 유형자산의 취득 등의 투자활동을 통한 현금 유출도 전보다 줄어들면서 전체적인 현금흐름이 크게 늘어날 수 있었다.
풍부한 현금유입 덕에 기아차의 현금및현금성자산 역시 최근 몇년 새 크게 늘었다.
2017년 1조5617억 원이던 관련 자산은 2018년 2조2927억 원에 이어 지난해엔 4조2687억 원까지 늘었다.
여기에 단기금융상품과 기타유동금융자산으로 그 범위를 확대하면 기아차의 현금자산은 9조 원이 넘는다.
시장에선 지난 몇 년간 기아차가 투자를 확대했지만 이와 같은 현금자산의 규모 덕분에 재무적으로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코로나19 여파로 올 들어 영업환경에서의 제약이 있음에도 재무기반 만큼은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한편 기아차는 전날 무보증 회사채 발행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총 3회에 걸쳐 3300억 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조달자금 상당 부분은 지난 2015년 발행했던 5년물 상환에 쓰일 예정이며, 그 밖에는 현대모비스와 현대위아 등 그룹 계열사의 차량부품대 전자채권 상환 등에 쓰인다.
한국기업평가는 “기아차는 지난해 말 기준 총차입금 6조7000억 원을 크게 상회하는 현금성자산을 확보하고 있어 실질적인 무차입상태”라며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실적 저하 여파로 영업현금흐름이 연초 예상 대비 감소하면서 소요자금 일부는 외부 조달을 통해 대응해야할 수도 있지만, 재무부담이 급격하게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