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2600원. 오늘 8시부터 네 시간을 돌았는데 이거밖에 안 됩니다.”
9일 12시께 수성구 기사 식당 앞, 식사를 마친 택시 기사가 네 손가락을 꼽으며 말한다. 오전 동안 번 게 2만 원 돈도 안 된다며 멋쩍게 웃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로 거리에 사람이 없다고 했다.
그는 1994년부터 택시 운전을 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올해 1월 대구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눈에 띄게 늘어나면서 손님 수도 급감했다고 말했다. 하루에 20만 원까지 벌었던 벌이는 하루에 많이 해봐야 8만 원으로 줄었다.
“경제? 아이고. 경제 다 경제가 다 죽었지. 코로나 대응은 의사들이 한 거지 정부가 한 게 아이지(아니다). 맞잖아요, 정치로 한 게 아니잖아요. IMF때보다 더 좋지 않습니다, 최악이라. 동성로 쪽 가는 택시도 많이 줄었습니다.”
식당 앞 의자에서 취재진과 대화를 듣던 기사 한 분이 대화를 거들었다. 그는 커피 믹스를 마시면서 “택시보다 관광버스가 더 힘들어요.”라고 운을 뗐다.
그는 “예전엔 산악회나 단체로 예약해가 관광버스 기사로 돈도 벌고 그랬습니다. 이제 뭐 눈만 뜨면 안전 문자 오는데 사람들 공포심도 있고 그러니깐. 아무래도 외출 자제가 되지 않겠습니까”라고 설명했다.
주변에 후식 커피를 마시던 기사들도 팔공산 관광버스도 많이 줄었다면서 대화를 거들었다. 팔공산은 산자락 벚꽃길이 아름다운 명소다.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대구 지역 축제가 취소되면서 관광 발길도 끊겼다는 설명이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도 식당가는 한산했다. 점심 특선을 내건 식당 내부를 봐도 많아야 손님이 있는 테이블은 2~3개 정도가 전부였다. 한 갈빗집은 확진자 동선으로 확인돼 일주일 동안 문을 닫았다고 했다.
맛집을 자랑한 식당 입구엔 주차 요원이 텅 빈 주차장을 지키고 있었다. 식당 안으로 들어가 보니 신발장엔 신발 하나 없었다. 1층 몇 개 안 되는 테이블만 혼자 와서 먹는 손님이 전부였다.
한 식당 상인은 “없는 사람 굶어 죽기 딱 좋은 날”이라고 말했다. “한 10일 놀고 좀 덜하다고 해서 나왔는데 3일 돼서 콱 터지는 거라. 우야노(어떻게 해야 하나). 문 열어놓은 지 얼마 안 됐어. 지금은 좀 나서지는(나아지는) 상황이잖아. 우리는 (주방) 이모들이잖아. 첨에 시작할 때 우리는 너무 놀래가지고. 생짜배기로 집세 나가지 인건비 나가지, 우리 서민들 살기 진짜 힘들어.”
점심시간 이후 오후 3시께 대구 신매시장으로 향했다. 신매시장 입구엔 뻥튀기 기계로 튀겨 놓은 튀밥이 진열됐다. “뻥이요”, 뻥 소리와 함께 하얀 연기가 퍼지면서 구수한 냄새도 올라온다. 한산했던 식당 거리와 달리 이날 오후 시장 입구엔 사람 발길이 제법 보인다.
봄 기온이 만연한 가운데 여기저기서 상인들의 경쾌한 이야기 소리가 흘러나왔다. 굵직한 족발을 삶아 건져 놓기가 무섭게 동이 나기도 했다. 세일을 외치는 상인들, 가격을 물어보는 손님들이 여럿 보인다.
평소에도 이런 모습인지 묻자 “시장 많이 줄었어”라고 상인이 손사래를 쳤다. 그는 “1월부터 사람이 얼마나 줄었는지 모른다”며 “오늘 유난히 많은 거다”라면서 대파를 진열했다. 일대 상인들은 이런 풍경이 이른 감이 있다고 느끼면서 곧 살아나지 않겠냐고 바람을 전했다.
마이크 소리를 따라 시장 끝을 가보니 신매시장 네거리가 나왔다. 현장에선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마이크를 잡고 유세 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그는 “경제, 사회, 문화가 살아나는 활력 대구”, “우리 젊은이들이 돌아오는 대구”를 외치고 있었다.
김 후보가 상인과 인사를 나누고 떠난 자리, 오후 5시께 주호영 미래통합당 후보가 빈자리를 채웠다. 주 후보는 같은 자리에서 선거 차량을 정차시키고 유권자와 만났다. 현장에서 “소득주도 성장으로 경제가 어려워졌다”며 경제 활성화를 다짐했다.
두 후보 모두 대구 경제 살리기를 강조했다. 김 후보는 청년 맞춤형 주거 및 창업ㆍ일자리 등 환경을 조성해 청년이 다시 찾는 대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주 후보는 수성구 투기과열지구 해제, 재개발 등 우선 공약으로 꼽으면서 침체한 경제를 회복시키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신매초등학교 인근에서 장을 보고 돌아가는 한 모자(母子)를 만났다. 요즘 경기가 어떻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아들은 “요새 이불 잘 팔리냐고”라면서 어머니한테 전달했다. 이불 공장을 운영하는 어머니는 “아니, 장사가 스톱이다”면서 “대구라는 이유로 다른 지역에 납품을 거절당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코로나 사태가 빨리 좀 끝났으면 좋겠다”며 “경제도 살고, 오늘처럼 시장이 복닥거리는 날이 계속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이날 대구는 신규 확진자 0명을 기록했다. 대구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52일 만이다.
다음날(10일) 밤 문재인 대통령은 SNS에 “어제 대구의 신규 확진자가 드디어 ‘0’이 됐다. 일일 신규 확진자가 741명으로 최고를 기록한 날로부터 42일 만에 이룬 성과”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 여러분, 대구 시민 여러분,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조금만 더 힘냅시다”라고 응원의 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