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not Chinese.” (나는 중국인이 아니다)
왜 이런 문장이? 의문스러운 글귀가 티셔츠에 대문짝만하게 프린팅돼 판매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의 전 세계 확산으로 유럽 등 일부 지역에서 중국인을 꺼리는 분위기, 즉 인종 차별 행위들이 벌어지자 이 같은 티셔츠가 등장했는데요.
실제로 전 세계 곳곳에서는 아시아인을 상대로 한 인종차별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중국 우한에서 발병돼 전 세계가 전파되면서, 아시아인들이 전염병을 옮기고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죠.
백인들이 아시아인에게 욕설을 내뱉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대두되고 있습니다. 흑인들이 아시아인 남성에게 마치 병균을 대하듯 항균 스프레이를 뿌리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죠.
이에 피해받는 아시아인들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 바로 이 티셔츠라는 것입니다.
티셔츠 앞뒷면에 “나는 중국인이 아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진 것이 일반적이었는데요. 이제는 “나는 한국인이다. 중국인이 아니다”, “나는 대만사람이다” 등 자신의 출신 나라를 명시하는 티셔츠까지 등장했습니다.
이 티셔츠는 아마존을 통해 판매 중이며, 그 종류와 색 또한 다양해지고 있는데요. 또 티셔츠가 인기를 끌자 여권 지갑이나 배지 등의 파생상품까지 나왔습니다.
티셔츠의 존재를 알게 된 중국인들은 공분을 표했습니다.
이런 행위는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차별을 정당화하는 동시에 또 다른 인종차별을 만들어 낸 것이라고 주장했죠.
중국인들의 이 같은 태도에 다른 아시아인들의 입장도 단호합니다. 유럽과 미주 등에서 아시아인이란 이유만으로 받은 인종 차별이 더욱더 심해진 상황 속 ‘최선의 방어’였다는 거죠.
하지만 결국엔 자신을 지키기 위해 다른 사람이 차별을 받는 것을 묵인하는 모습이 아닐까요? 오해를 받는다는 것은 너무나 억울하지만, 그로 인한 다른 이의 차별이 ‘당연한’ 것이라고 치부되는 부분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지금은 오히려 아시아 국가에 역유입한 외국인들의 감염자가 더 늘고 있는 상황입니다. 거기다 자가격리 수칙과 예방 수칙을 무시한 채 길거리를 활보하는 외국인에 대한 추방 의지가 강합니다.
한국만 하더라도 자가격리 수칙을 지키지 않은 폴란드, 베트남, 대만인에게 강력조치를 취하고 있고, 최근엔 이를 어긴 인도네시아인이 강제 추방됐죠.
중국 또한 자신들에 대한 혐오를 갚아주겠다며, 역유입된 외국인에게 비하 만화 등으로 갚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혐오를 혐오로, 나를 위해 다른 이의 차별을 묵인하는 그 모든 행동이 부메랑처럼 돌아오는 예민한 현재. 씁쓸한 뒤끝을 남기는 혐오 티셔츠를 이렇게 마주하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