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여파로 11일 투표소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선거인은 투표소 입구부터 손 소독과 발열 체크를 하고, 일회용 비닐장갑을 낀 채 투표를 한다. 사전 투표에 참여한 선거인들은 "조금은 번거롭지만 감수할 수 있다"며 "후보자들이 좋은 정치로 보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21대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4·15 총선 사전투표가 어제부터 이틀간(10~11일) 사전투표소에서 진행되고 있다. 제21대 총선 사전투표 마지막 날인 11일 오전 8시께, 지역 주민들은 이른 주말 아침 추위에도 사전투표를 위해 개포2문화센터를 찾았다.
투표소를 찾은 주민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했다. 입구에선 선거안내요원이 손 소독을 요청하고, 발열 체크를 하느라 분주하다. 한 선거인은 아침 추위로 떨어진 체온에 측정이 되지 않아 주변에서 몸을 녹이고 대기하고 있었다.
선거안내요원은 "제가 강남구 선거 안내만 20년째 하고 있는데, 어제는 역대로 대박 난 날"이라며 "어젠 바빠서 양치도 하지 못했다"고 얘기했다.
이어 "코로나 때문에 발열 체크하는데, 자전거 타고 온 사람들은 체온이 떨어져서 체크가 잘 안 된다. 체온기도 잘 말을 듣지 않는다"면서 주머니 속 체온기 2~3개를 꺼내 보이면서 말했다.
위생 장갑 2장을 받은 후, 지하로 내려가자 관내ㆍ관외 투표 구분에 따라 유권자들이 차례를 기다렸다. 선거 요원은 본인 확인한 후, 한 명씩 투표 방법을 안내하고 있었다. 선거인이 본인 확인할 땐, 잠시 마스크를 내려 얼굴을 비추기도 했다.
한 선거 안내원은 인쇄용지를 채우기 위해 출력용지 두루마리를 들고 바쁘게 걸었다. 리필 인쇄용지도 대형 휴지 두루마리보다 작아 보였다. 이번 비례투표용지는 48.1cm에 달한다. 이전보다 길어진 투표지에 많은 선거인이 몰린다면 여러 차례 교체해야 할 듯했다.
관외 선거인 경우, 투표용지와 주소라벨이 부착된 회송용 봉투를 받는다. 이에 관내투표는 투표지만 투표함에 넣으면 되지만 관외는 접착 스티커를 떼고 회송용 봉투를 밀봉해서 투표함에 넣는다.
한 관외 선거인이 투표함 옆 접착 스티커 비닐을 버리면서 위생 장갑도 같이 벗으려고 하자 안내 요원이 "장갑은 밖에서 버려주십시오"라며 제지하기도 했다. 코로나19로 달라진 선거장 풍경이다.
사전투표를 마친 김모(54세, 남) 씨는 "당일엔 붐빌 것 같아서 먼저 하러 왔다"며 "이번엔 인물로 투표했다. 코로나19로 상황이 좋지 않지만 괜찮은 정치인이 나와서 경제 좀 살려줬으면 좋겠다"고 밝힌 후 건널목을 건넜다.
투표장 앞에서 '인증사진'을 찍는 유권자도 여럿 보였다. 개포동 지역주민인 이모(23세, 여) 씨는 "뽑을 만한 후보가 없어서 무효표로 했다"면서 "그래도 투표율을 높이고 싶어서 오늘 투표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오전 11시께, 일원본동 주민센터로 자리를 옮겼다. 주민센터 앞 유권자들은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면서 줄을 서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현장을 찾는 주민들도 많아 어느새 줄도 길어졌다.
사전투표를 마치고 나온 최모(남, 60세) 씨는 "생각보다 투표하는 사람이 많다"며 "투표지가 길어서 세 번은 접은 것 같다"고 웃음을 보였다. 이어 "손 소독제나 체온 체크 등 나름대로 안전을 신경 쓴 것 같다. 조금은 번거롭지만, 지금은 모두가 조심할 때가 아니겠냐"며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현재 투표율이 19.08%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또 어제 오전 6시부터 시작된 사전투표엔 선거인 총 4399만4247명 중 839만2334명이 현재까지 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역대 사전투표가 적용된 전국단위 선거의 같은 시간대와 비교해보면 이번 총선 사전투표율은 가장 높은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