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안정화 대책 ‘탄력’… 집값 ‘약세’ 전망
15일 치러진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여당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정부의 집값 안정화 정책이 한층 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3기 신도시 건설은 물론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와 대출 규제 등 기존 정책들을 차질없이 추진할 동력을 얻었기 때문이다.
서울ㆍ수도권 집값은 약세를 지속할 것으로 점치는 전문가들이 많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경기 둔화 가능성이 커진 데다 강남권에선 규제 완화 기대감을 상실한 매도자들이 실망 매물을 내놓으면서 추가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번 총선으로 각종 법안과 규제 정책을 손쉽게 밀어붙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강력한 대출 규제는 물론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나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관리, 3기 신도시 조성 등 각종 정책을 밀고나갈 힘을 얻게 됐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3기 신도시를 전면 재검토한다는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고양 창릉지구 신도시 철회 이슈로 맞붙었던 고양정 지역구에선 오히려 여당이 승리를 거뒀다.
1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종부세)는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이번 1주택자 종부세에 대한 추가 완화 방안이 민주당 이낙연 공동상임선대위원장과 이인영 원내대표 등 여당 주요 인사의 입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헛된 약속으로 끝나진 않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지만, 12·16 대책이 종부세에 대한 일부 공제안을 담고 있는 만큼 추가 완화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추가 기울어지고 있다.
현 정부 부동산 핵심 공약이었던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등도 도입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정부가 현재 경기 여건상 당분간 부동산 시장을 옥죌 추가 규제책을 꺼내진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코로나19로 고용과 투자, 소비 등 경기 전반에 쇼크가 발생하면서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집값 하락이 가시화된 만큼 시행 중이거나 이미 발표한 대책을 중심으로 정책을 운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정책 방향은 유지하겠지만 강남권을 중심으로 집값 하락이 가시화된 상황에서 강력한 규제 드라이브를 걸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총선 이후에도 부동산시장 판도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변수 때문이다. 지난해 고공행진하던 서울 아파트값은 이번주까지 3주 연속 하락세다. 지난주 0.04% 떨어지며 전주 대비 낙폭을 2배로 키운 서울 집값은 이번주 -0.05%로, 하락폭이 더 커졌다. 대출 규제, 보유세(재산세+종부세) 부담 등 정부의 각종 부동산 규제로 거래시장이 급랭한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가 결정타를 날렸기 때문이다. 전국 아파트값은 이번주 0.03% 올랐지만 상승세는 4주 연속 꺾이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코로나19 사태로 경제 전반이 크게 위축된 상황인 만큼 부동산 시장도 당분간 거래 절벽과 가격 약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 등 수도권 각지에서 총선 공약으로 나온 △신분당선 연장 △강북횡단선 추진 △GTX 착공 속도 등 각종 개발 공약들은 이벤트성 호재인 만큼 국지적이고 일시적인 영향에 그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특히 강남권에선 재건축 사업이나 대출 및 종부세 등에서 규제 완화를 기대했던 다주택자들이 실망 매물을 던질 가능성이 커졌다. 총선 결과에 따라 매도 여부를 결정하려던 다주택자들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마지못해 급매물로 내놓을 것이라는 얘기다.
전세시장은 당장엔 안정세가 지속되겠지만 올해 하반기엔 불안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올 상반기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움직이지 못했던 결혼·이사 수요가 코로나 사태 이후 움직일 가능성이 큰 만큼 상반기보단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내년 아파트 입주 물량이 급감하는 것도 전셋값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토지시장도 올 하반기께 다소 불안해질 여지를 안고 있다. 함 랩장은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적 완화나 추경 SOC(사회간접자본) 등을 이유로 돈을 풀 가능성이 있다"며 "3기 신도시 보상금까지 같은 시기 풀리면 토지시장으로의 유동성 유입을 막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