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기업들, ‘입김’세진 산업은행

입력 2020-04-16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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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에 고강도 자구안 요구…자회사 매물 가능성 잇달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국내외 경제 상황이 급격히 변하면서 휘청이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 지원의 ‘주체’인 KDB산업은행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면서 인수ㆍ합병(M&A) 시장의 변수로도 작용하고 있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최근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 채권단에게 재무구조 개선 계획을 전달하며 “유동화가 가능한 모든 자산에 대한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지난달 채권단이 1조 원의 대출을 지원하는 대신 경영 정상화 방안을 제출하라고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자구안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알짜 계열사인 두산솔루스 매각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중공업의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 규모는 약 4조2000억 원 규모이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긴급 자금으로 수혈하는 1조 원으로는 당장 급한 불은 껐지만, 재무구조 개선에는 턱없이 부족해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추가 지원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추가 지원 가능성이 거론되는 만큼 시장에서는 산업은행이 두산솔루스 외에 추가 계열사 매각을 요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두산건설은 물론 주력회사인 두산밥캣과 인프라코어 지분 매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두산건설의 경우 이번 자구안 이슈가 나오기 전부터 매물로 거론돼왔다”면서 “두산그룹의 고강도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진 만큼 두산건설 매각 가능성은 한층 더 커지게 됐다”고 말했다.

한진그룹도 산업은행의 자금지원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유동화가 가능한 자산에 대한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실제로 한진그룹은 비주력사업인 한진렌터카를 롯데렌탈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미 지난 2월 이사회를 통해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와 인천 중구 을왕동 왕산레저개발 지분, 제주 파라다이스 호텔 부지 처분을 결정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산업은행이 자금 지원에 앞서 ‘고강도 자구안’이라는 이유로 한진에 추가 자산 매각을 요구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한진칼 내 호텔사업과 대한항공 기내식사업 매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항공산업이 타격을 받아 각국 정부가 지원에 나서고 있다지만 산업은행으로서는 회사 측의 추가 계열사 매각이나 대주주의 사재 출연 등 고강도 자구안이 없다면 지원에 선뜻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산업은행은 기업들의 구조조정 실탄 마련을 위해 최근 후순위 산업금융채권 한도를 4조 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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